생생후기

기차, 버스, 프랑스 시골 도착 대작전

작성자 김아영
프랑스 SJ07 · RENO 2012. 06 Veynes Devoluy

Clausonne Abbey 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신청한 나는 어떻게 하면 아깝지 않은 시간을 보낼까 고민고민을 하다가 우연히 워크캠프를 다녀온 친구의 추천으로 이 활동을 신청하게 되었다. 지원을 하고 막상 합격이 되고 기쁜것도 잠시 교통이며 당장 회화부터 공부해야 된다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이번 워크캠프는 친구와 같이 합격이 되어 조금은 마음이 든든하긴 했다. 그렇게 떠난 프랑스 워크캠프는 첫 날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미팅장소를 두 정거장 앞둔 상태에서 철로에 큰 바위가 떨어져 기차운행이 중단되었다. 다행히 철도회사에서 큰 버스를 몇 대 대절시켜줘서 우린 미팅장소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그 때 영어를 할 줄 아는 아저씨를 만나 미팅장소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미팅시간은 6시30분. 우리의 미팅장소 역은 굉장히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곳이라 6시30분에 역에 있는 사람들이라곤 워크캠프 참가자들 뿐이었다. 그래서 한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리더가 제일 늦게 도착해서 먼저 와있는 워크캠프 멤버들은 어색해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리더의 자동차로 우린 워크캠프 장소로 이동했다. 정말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해있어서 차로 올라가는 내내 양 옆은 절벽이었고, 정말 영화에서나 볼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과연 사람이 머물 수 있긴 한 걸까?” “침낭 좀 두툼한 걸로 챙길껄…” 수많은 걱정과 불안감이 내 머릿속을 휘감고 있던 그 때 워크캠프숙소라고 믿기엔 너무나도 예쁜 펜션 같은 큰 집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워크캠프 워크샵에서 보고 들었던 허름한(?) 숙소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 방에 두명씩 잠을 자고, 개인 침대는 물론 베개, 이불까지 말끔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물론 세탁은 각자 손빨래로 했지만, 빨래양이 많을 때는 장기봉사자들이 사용하는 세탁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10일간의 캠프기간 동안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음식이다. 첫 날 우리는 cleaning team, kitchen team을 요일마다 1~2명씩 배정을 했다. 호떡믹스와 불고기 소스를 챙겨간 나는 당연히 kitchen team을 맡았고, 한국음식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채식주의자를 배려해서 불고기소스에 고기대신 가지와 호박 등 각종 채소로 볶았는데, 생각 외로 너무 맛있어서 한국에 와서도 종종 해먹게 되었다. 이 날 내가 만든 불고기는 순식간에 동이 나서 한국에서 소스를 좀 더 사올걸…하는 큰 아쉬움이 남았다. 호떡을 강력 추천하는 이유는 나 혼자 만드는게 아니고, 여러 사람이 오손도손 모여 쉽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요리하면서 친구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갖게 된다. 또한, 워크캠프기간 동안 평생 먹어보지 못할 각국의 전통음식들도 맛볼 수 있었다. 특히, 멕시코음식은 다이어리에 레시피를 적어 올 정도로 최고의 맛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타코’ 뿐이었는데, 팥과 치즈를 넣어 만든 그 음식은 우리나라의 시루떡(?)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에서도 빵은 절대 주식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토종한국인인 나에게 매일 아침 토스트와 빵은 적응이 안될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배가 고프니 정말 맛있게 잘 먹었던 것 같다. 워크캠프는 봉사활동도 주를 이루지만, 그 외에 여가시간도 정말 많다. 여가시간 동안에는 각자 알고 있는 게임을 총동원하게 된다. 나는 한국에서 윷놀이와 공기놀이를 가져갔는데, 윷놀이의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었다. 룰이 간단해서 영어로 설명하기에도 수월했고, 사람이 많아도 딱 두팀으로만 나뉘면 되기 때문에 사람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인 것 같다. 그런데 친구들이 빽도에 대한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난해하긴 했다. 윷놀이보다 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은 바로 K-POP댄스였다. 이 곳에 오기 전 핸드폰에 살짝 유행이 지났지만 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원더걸스 노래들을 담아갔다. 무엇을 틀지 고민하다가 춤이 가장 간단한 <NOBODY>를 틀어놓고 친구들 앞에서 춤을 알려줬는데 애들도 곧잘 따라 하고 너무나도 좋아했다. 그 춤을 알려준 날부터는 밥을 먹거나 파티를 할 때 꼭 NOBODY를 틀어 친구들과 손가락 꽂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공통된 춤을 같이 추다 보니 더욱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애들이 이 춤말고 다른 춤도 알려달라고 졸라댔지만, 알고있는 춤이라곤 이 노래밖에 없어 결국은 내가 임의로 창작으로 춤을 알려주기도 했다. 물론 친구들은 그 춤이 진짜 그 노래의 춤이라고 알고 있겠지만.. 다음 워크캠프에 참가한다면 K-POP댄스를 2~3개 정도는 익혀놓고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K-POP댄스 말고도 다른 나라 친구들이 살사춤도 보여주고, 장기봉사활동자 중에 중국인도 있었는데 이 중국인이 우리들에게 태껸도 알려주었다.
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을 보면서 각자의 꿈들에 대해서도 얘기하기도 하고, 비슷한 나이니 만큼 대학등록금에 대해서 서로 비교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등록금이 제일 비쌌고, 애들에게 액수를 말하는 순간 0하나를 실수로 더 붙인거 아니냐며 놀라워했다. 이 시간만큼은 우리나라의 현실이 무척 씁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주말에는 리더의 차를 타고 마을로 내려가 작은 뮤직페스티발을 보러가기도 하고, 하이킹과 호수로 놀러 갔다. 생각보다 따로 들어간 돈이 적어 너무 좋았다. 밤에는 친구들과 와인 한잔씩을 하며 파티를 열기도 하고, 이 때 내가 가져간 K-POP노래는 단연 인기였다.
우리들이 했던 활동은 “돌길쌓기”였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최대 30kg이상 나가는 돌은 들어 나르며 뙤양볕에서 돌길을 만드는 작업은 온몸에 알이 베길 정도로 너무 힘든 일이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많이 준 일이었다. 다른 워크캠프 일정보다 훨씬 적은 일정이라 다 완성될 수 있을지 처음엔 의심이 앞섰지만, 마지막 날 눈에 띄게 완성된 돌길을 보니 나중에 이 길을 편하게 걷게 될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많은 정이 쌓인 것 같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워크캠프에 너무 감사하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더 도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