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Leucate, 설렘과 두려움의 시작

작성자 김철규
프랑스 SJ11 · ENVI 2012. 06 프랑스 Leucate

Leucate 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4일간의 스페인 여행을 마치고 바르셀로나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남짓 걸리는 프랑스의 남부지방 Leucate를 가기 전날 밤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혼자 떠나 온 여행이기도 했고 새로운 친구들과 3주간 같이 지낼 생각을 하니 보잘것없는 내 영어 실력이 걱정이 되기도 하면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싶던 작은 소망이 있었기에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설레임을 안고 각오를 다지면서 교통편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 Leucate가 큰 도시가 아니라 여행 떠나 오기 전 인터넷에 찾아보아도 그리 많은 정보를 얻지 못했기에 사실 잘 찾아 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현지에 와서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직접 물어보며 정보를 얻으니 그리 힘들 것도 없었다. 유럽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불친절 하다는 말도 많이 듣고 왔지만 짧은 스페인어/불어와 영어를 섞어 가며 물어보면 항상 친절하게 내가 알아 들을 때까지 설명을 해주어서 참 고마웠다. 역시 남에게 듣는 것이랑 내가 직접 느끼는 건 다른가 보다.
사실 프랑스로 넘어오면서 기차를 갈아 탸야 했는데 역무원들이 영어를 하나도 못해서 고생을 하긴 했다.^^: 기차표 체킹 하는 것도 같은 기차에 타는 꼬마 남자 아이와 그의 어머니가 친절하게 알려줘서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꼬마 남자 아이와 같이 기차를 타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난 불어가 안되고 그 아인 영어가 안돼서 서로 답답해했다. 그래도 용케 내 목적지를 알아듣고 자기가 도착하면 알려주겠다고 해서 그 아이 덕분에 헷갈리지 않고 쉽게 Leucate 역에 내릴 수 있었다.^^ 미팅 시간 보다 3~4시간 일찍 도착해서 마중 나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마냥 역에서 기다리기도 지루해서 우리가 지내게 될 캠핑 사이트로 직접 찾아 가기로 했다. 인포싯을 들고 역무원에게 가서 여기로 가고 싶다고(스페인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 중국인도 한 명 있었는데 같은 날 체크 아웃을 하고 가는 방향이 똑같아 같은 버스를 타고 프랑스 국경을 넘으면서 간단한 불어를 배워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말하니 지도를 꺼내서 보여주고 마을 버스 시간표를 내밀면서 이걸 타고 가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기차역 맞은편에 있는 간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마을 버스(사실은 벤이였다.)가 와서 날 픽업해 캠핑 사이트에 데려다 주었다. 여차저차 해서 캠핑 사이트에 도착하니 마침 이 근처에 친구 집이 있어 몇 일 먼저 와 있던 Ro Mina(독일)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서로 통성명을 하며 있다보니 캠프 리더 2명과 우크라이나 친구들이 차를 타고 도착했다. 먼저 도착해서 장 보고 오는 길이라 했다. 캠프장엔 아직 텐트도 하나 밖에 안 쳐져 있었고 주방 텐트도 아직 완성 전이였다. 설상가상으로 세찬 비바람이 갑자기 부는 바람에 그날 결국 텐트에서 잘 수가 없어서 우리를 도와주던 현지인 집으로 가서 맛있는 저녁도 대접 받고 통성명도 하고 게임도 하였다. 그렇게 정신 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다시 우리 텐트로 돌아와 텐트를 세우고(바람이 정말 세게 불어서 힘들었다 ㅠㅠ) 겨우 텐트를 만들어서 잠자리를 마련하고 다음날부터 우리가 하게 될 일이 어떤 일인지 안내자분을 따라 다니면서 설명을 들었다. 영어를 할 줄 아시는 분들은 영어로 말씀 해주셨고 영어가 잘 안 되시는 분은 불어로 해주셨는데 캠프 리더나 불어가 되는 친구들이 곧잘 통역을 해주었다. 여기서 중요한 게 모른다고 가만히 있지 말고 친구들에게 먼저 물어보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친구들도 좋아하고 친해지기가 쉽다는 것이다. 몇몇 친구들은 소심해서 그런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몇몇 친구들은 끝날 때가지 사이가 서먹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가 할 일들을 배우고 캠프에 돌아와서 식사 당번과 식단을 짜고 한 주 동안의 우리 일정을 미팅을 통해 정하고 간단한 게임을 하며 친분을 쌓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정상 오지 못한 친구도 2명이 있었다. 독일 친구 2명, 오스트리아 1명, 러시아 1명, 우크라이나 3명, 핀란드 1명, 터키 1명, 한국 1명. 이렇게 총 10명이였고 다들 똘망지고 멋진 친구들이였다. 대부분 대학교 1학년생이거나 고등학교를 막 졸업 했거나 나이가 어렸다. 러시아에서 온 올가는 29살에 결혼도 했지만 혼자 여행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나와 터키에서 온 Alper를 제외하고선 다들 영어도 잘하고 불어까지 능통해서 부러웠다. 우리의 일과는 7시 기상. 7시 반까지 아침 식사. 8시부터 1시까지 외래 식물을 제거하는 일을 하고 그 뒤론 우리의 자유시간 이였다. 외래 식물이 생각보다 땅과 단단히 고정이 되어 있어서 쉽진 않았다. 더군다나 작은 뿌리를 남겨 놓으면 금새 다시 자라나기 때문에 작은 뿌리 하나 조차 다 제거해야 하는 일이라서 신중을 기해야 했다. 무엇보다 우리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더운 날씨~!! 결국 일주일 뒤 우리는 잠자는 시간을 한 시간 줄이고 한 시간 일찍 일어나 12시에 일을 끝마치기로 합의하였다. 워크캠프가 좋은 점은 모든 사항을 우리의 미팅을 통해 결정 한다는 사실이였다. 누구나 의견을 제시 할 수 있었고 충분히 토의를 한 뒤에 과반수로 결정을 하였다. 의견이 맞지 않아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는 경우도 몇번 있긴 했지만 대체로 다들 협조를 잘 해 주었고 결정 난 상황에 대해서는 군말 없이 잘 따라 주었다. 일 하는 동안에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노래도 부르면서 즐겁게 일을 하였다. 여자 아이들이 많았지만 다들 책임감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일하였다. 확실히 같이 땀을 흘리며 고생(?)을 하니까 더 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유 시간에는 대체로 바닷가에 가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수영을 하고 놀았고 저녁 시간엔 같이 모여서 게임을 하거나 맥주, 와인을 마시기도 했고 근처 바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보내기도 하였다. 때마침 유로2012 시즌 이였기 때문에 바에서 현지 사람들과 함께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다. 어느 날은 프랑스와 우크라이나 경기가 있었는데 우리 캠프에는 프랑스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우크라이나 친구들이 3명이나 있었기에 우크라이나 국기까지 들고 바에 가서 신나게 우크라이나 팀을 응원했지만 아쉽게 우크라이나 팀이 져버렸다ㅠㅠ 바에서 같이 경기를 보던 현지 프랑스 사람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지만 우린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외쳤고 덕분에 바의 분위기도 후끈 달아 올라서 더욱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는 첫날 초대 받았던 집에서 만나 인연을 쌓게 된 프랑스 친구를 바에서 또 만나게 되었는데 둘 다 축구광이라 첫날에도 한참 축구 얘기로 꽃을 피웠던 사이였다. 바에서 기분 좋게 만나 축구를 보다가 친구가 술도 한잔 사줘서 더욱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주말이나 평일 날 근방의 작은 도시로 놀러 가기도 했다.
버스를 타고 1~2시간 걸리는 나르본과 페르피냥이라는 도시에 놀러 가서 관광도 하고 기념품을 사기도 했다. 6월 말쯤엔 프랑스의 도시들 마다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하였는데 우리도 빠질 수 없어서 놀러 가기로 했다. 큰 도시가 아니라 규모가 작긴 했지만 관광객들이 아닌 현지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친구들과 현지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춤도 추고 같이 술도 마시고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얌전해 보이던 친구들도 얼마나 열심히 춤을 추던지. 사실 그날 날씨가 쌀쌀해서 일찍 돌아가는 분위기였지만 내가 끝까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다며 친구들을 스테이지로 끌어들였었다. 처음엔 쭈뼛쭈뼛 하더니 금새 하나 둘씩 몸을 흔들기 시작했고 나중엔 안 왔으면 큰일 났겠다 싶을 정도로 다들 즐겁게 춤 추는 모습에 괜히 뿌듯해졌다.
그리고 식사는 매일 당번을 정해서 일을 하러 가지 않는 대신 아침, 점심, 저녁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것도 다 미팅을 통해서 결정한다. 요일 별로 당번을 정하고 식단을 짜서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보러 가서 재료를 다 사온다. 다들 요리 실력이 뛰어나 한끼도 맛이 없는 날이 없었다. 처음 먹어보는 요리들도 많았고 한국 음식과 많이 달랐지만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컷기에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매끼 3그릇을 먹는 나를 보며 아이들이 놀라긴 했지만, 잘 먹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다들 날 좋아해 주었다. 한국 요리도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매운 음식은 워낙 못 먹어서 양념을 조절해야만 했지만 불고기, 호떡은 아이들이 정말로 좋아해 주었다. 캠프가 끝나기 몇 일 전에 각자 자신의 나라 음식을 요리해서 주변 이웃들을 초대해서 선 보이는 특별한 날이 있었다. 그때도 당연 불고기가 인기가 많았고 레시피를 알려 달라는 주문이 쇄도했다. 알려 드리고 싶었지만… 불고기 양념을 어떻게 만드는지 나도 자세히 몰랐기에 코리안 스폐셜 소스가 필요하다고 밖에 말 해 줄 수 없어서 슬펐다.
아무튼 이렇게 즐겁게 우리의 워크캠프가 끝나고 헤어지는 날 다들 아쉬워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서로 부둥켜 앉고 눈물을 흘리면서 다음에 꼭 한번 더 유럽에 놀러 오라는 당부를 받았다. 날 집으로 초대해준 친구들이 고마워서라도 한 번 더 유럽에 와야 할 것 같다. 좋은 추억을 남겨 준 워크캠프도 한 번 더 꼭 참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