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Dun, 9명의 친구들과 특별한 2주

작성자 원종호
프랑스 JR12/316 · ENVI/ RENO 2012. 08 Dun

DU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프랑스에서의 봉사활동, 벌써 오래 지난 일이 되었다. 처음 파리에서 5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프랑스 남부지방 Toulouse(뚤루즈)에 도착한 후 다시 기차를 타고 Pamier 역에 도착해서 워크캠프지역인 ‘Dun’ 마을의 이장님 격이신 ‘마리조’ 아주머니를 만나 차를 타고 마을에 들어갔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워크캠프가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지나간 일주일 시간을 되짚어 보았다. 시간이 빨리 갔던 것 같다고 느꼈던 것을 보니 일주일 동안의 생활이 꾀나 즐거웠었나 보다. 프랑스인 3명, 러시아인 3명, 벨라루시인 1명, 이탈리아인 1명, 한국인 1명으로 시작과 끝을 함께 한 우리 9명이다. 그런데 2주 간의 봉사활동 중 1주 정도가 지났을 때만 해도 ‘우리’라는 말이 사실 조금은 어색했었다. 일주일이라는 짧지 않은 날을 같이 밥을 먹고, 잠도 자고, 일을 하고, 축제도 즐기는 과정을 통해 웬만해선 다 친해질 수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그곳에선 그럴 수 없었다. 나이? 국적? 언어? 과연 무엇 때문인지 처음 한 주가 지나고서 고심하며 생각을 해본 결과 가장 큰 원인은 언어 문제였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들은 영어와 불어로 모두 소통이 가능하다. 어떤 이는 영어나 불어 한쪽이 서툴기도 했지만 둘 중 한 가지는 거의 완벽하게 구사했다. 나는 오로지 한국어 하나에 영어와 불어는 정말 기초적인 회화만 가능할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음을 터 놓고 마음 속의 이야기를 참가자들과 나누는 데에 항상 제한이 있었다.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 술 마시고 춤추고 놀며 많은 대화들이 오고 가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것을 기대했던 나에게 ‘언어’ 가 커다란 벽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때문에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자처하며 남들보다 먼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이 몸으로 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나의 진심을 알아봐 주셨는지 먼저 인사를 건네주고 말을 걸어주고 같이 운동하러 가자고 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학교4년 동안 불어를 전공해서 기본적인 불어회화가 가능했기에 그들이 나에게 다가오기가 그나마 쉬웠던 것 같다. 나에게 워크캠프는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언어 소통의 소중함’ 을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를 제외하고 8명의 참가자 중에 유일하게 남자였던 이탈리아 친구 ‘마티아’ 는 나와 함께 더욱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지냈다. 비록 중간에 러시아인, 벨라루시인 4명과 마티아 사이의 조금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될 것 없이 잘 넘어갔다. 그 일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다툰 친구들과 상담을 해주시며 중간자 역할을 하신 마을 주민들 몇몇 분들의 역할이 정말로 컸다.
우리 9명이 마을 주민들과 했던 일은 ‘Dun’ 마을에 관광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사용할 피크닉 장소를 만드는 일이었다. 숲에 숲길을 만들기 위해 나무가 있으면 벌목을 하고 풀이 우거져 있으면 벌초를 해서 벌목과 벌초를 한 나무들과 풀들을 한 쪽에 모으는 일을 했다. 또한 관광객들이 계곡에 접근하기 용이하도록 삽을 이용해 길도 만들고 계곡 안에는 돌을 이용해 웅덩이도 만들어서 물놀이를 할 수 있게 해놓았다. 봉사활동은 오전9시에 시작해서 오전12시 30분이면 거의 종료되었다. 오후 1시 정도까지 쉬고 있으면 매일매일 두 명씩 정해둔 그 날의 쿠킹(cooking)팀은 마을에 남아 계시던 주민들과 함께 요리를 준비해서 피크닉장소로 요리를 가져와 다같이 만찬을 즐겼다. 점심식사 이후에는 다음 날 봉사활동 시간(아침9시) 전까지 자유시간이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이용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차를 타고 호수, 동굴, 수영장 그리고 인접 마을의 축제도 즐기러 다니며 바캉스를 즐길 수 있었다. 시간이 남을 때는 근처 배구장이나 축구장에 가서 시합도 하고 혼자 자전거로 마을도 돌아다니고 친구들과 조깅도 했다. 나의 24년 인생에서 가장 바캉스다운 바캉스였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느꼈던 것 중 한 가지는 “좋은 사람, 풍부한 음식, 맑은 공기, 지붕 있는 집,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동차가 있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랴” 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도시에 살아온 나로서는 나 자신도 모르게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있어서 ‘더 좋은 옷,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만을 고집해 왔던 것 같다. 그것들이 전부가 아닌데 말이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또 언제 이것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