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두려움 반, 설렘 반, 첫 워크캠프 도전기

작성자 김수빈
스페인 SVIEK043 · CULT 2012. 07 Mendata, Gernika-Lumo

BUSTURIALDEA 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뭐든지 겪어봐야 아는 건데, 모른다는 것은 종종 불안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그것이 생애 첫 해외 여행이라면 더 그렇다. 거기다 혼자라면 그 불안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새벽녘 텅 빈 공항에서 홀로 일기를 쓰며, 막연한 두려움에 불안해하는 나 자신에게 다짐했다. 되든 안되든 일단 부딪쳐보자고. 그것이 내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과 외국이라는 색다른 공간이 주는 경험에 대한 예의라고.
워크캠프 시작 전에 5일 간의 여정을 두었던 것은 잘한 일이었다. 시차는 물론 현지의 분위기에 미리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4일 동안 마드리드와 그 주변 도시인 똘레도, 세고비아를 돌아다니며 각국의 많은 여행자들을 만났고 스페인의 더위를 온몸으로 맞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캠프 장소인 게르니카-루모에 가기 전날, 그 근교 대도시인 빌바오의 한 호스텔에서 묵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그 호스텔이 유명했던 건지, 숙소에서만 같은 캠프 참가자 2명을 만났던 것이다. 다음날 기분 좋은 예감과 함께 그들과 게르니카 버스정류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미팅 포인트인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와있는 많은 친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친구들과의 첫 대면이라 생각하니 순간 긴장했지만 그런 긴장도 잠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느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몰랐다. Mendata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숙소는 생각 했던 것 보다 훨씬 깔끔하고 편리했다. 무엇보다 그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고즈넉한 산들과 마을 특유의 고요함이 정말 아름다웠다. 첫날은 그렇게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동안 순식간에 지나갔다.
봉사활동의 내용은 아이들을 위한 영어캠프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었다. 2인 1조로 진행되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팀의 경우 5살~6살의 아이들 13명을 배정받았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영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monitor가 적절한 시점에 아이들에게 통역을 해주면서 이끌어주었기에 그렇게 큰 문제는 없었다. 내가 동양인이라서 신기한지 처음엔 아이들이 쑥스러워 잘 다가오지 못했지만, 금새 마음의 벽을 허물고 스스럼없이 내 이름을 불러줄 때는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해맑은 아이들과 함께할 때면 나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겁고 행복했다. 하지만 성향도 제 각각인 아이들을 이끌며 영어로 진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거기다 평소 무뚝뚝한 나였기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애정표현도 처음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다른 한편으론 토라진 아이들을 달래야 했고, 위험한 장난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계속 지켜봐야 했다. 활동 시간은 고작 3시간이었지만 내 모든 에너지를 빼앗아가기엔 충분했던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올 때마다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로 잠들어버리곤 했다.
오후에는 캠프리더들이 계획한 activity가 진행 되었다. 해변에 가서 놀기도 했고, 풍차가 줄지어선 어느 경치 좋은 작은 산에 올라가기도 했으며, 바스크 지방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관람 하기도 하는 등 바스크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었다. International Food Day가 있었던 한 저녁, 한국 음식으로 간장소불고기와 호떡을 해주었는데, 친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레시피를 가르쳐 달라며 진지하게 묻는 친구도 있었을 정도. 한국문화가 이렇게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격해서 가슴 벅차 올랐던 기억이 남는다. 주말에는 빌바오, 산세바스티안 등 가까운 근교 도시에 피크닉을 가서 비교적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워낙 자유로운 영혼들이 한데 모였다 보니 원활한 프로그램 진행 상 우리를 어느 정도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리더들과의 자잘한 마찰은 당연한 것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에 조용히 따르고 순응하던 나와는 달리 자신 있게 자기 의견을 말하고 따질 줄 아는 유럽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것이 많았다.
‘We should enjoy our life! Come on!’ 그들의 enjoy 정신을 따라 밤새도록 bar에서 미친 듯이 춤추며 놀기도 하고, 어설프게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한바탕 웃기도 하고, 모닥불에 바베큐 파티를 하며 진솔한 이야기도 하고……. 스킨십이 매우 자연스러운 친구들과의 볼키스가 익숙해질 무렵 어느새 워크캠프는 끝을 향하고 있었다.
과연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는 것이 가능할까 반신반의하곤 했었는데, 헤어지는 날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애틋함을 안고 귀국하는 길,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버린 2주의 워크캠프를 돌이켜봤다. 말로 형용 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추억들이 아로새겨진 그 2주를.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했던 좌충우돌 영어캠프와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그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아련한 회상에서 빠져 나오던 찰나, 불현듯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
‘ 다음 번엔 어느 나라로 가볼까? ‘
또 다른 워크캠프에 참가해야만 풀릴 것 같은 그런 미련과 아쉬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공감할 수 없을 그런 묘한 감정. 어느 소설 한 구절에서 읽었던 ‘ To live is to experience ‘ 라는 문장이 그 어느 때보다 가슴 깊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