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스위스, 영화처럼 아름다운 나의 여름 취리히에서 만난

작성자 이실다이
스위스 WS12FEST · CULT/FEST 2012. 04 스위스 취리히

MOVIE MOVE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를 신청하던 그 즈음 나는 영국을 곧 떠날 상황이었기 때문에 떠나기 이전에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신청 전에 고민이 많이 되었었다. 그 이유는 첫째, 갑자기 공지된 워크캠프 프로그램이라 비행기표와 기차표를 2배가량 비싸게 사야 했었다. 둘째, 부활절이 포함된 주말이라 숙소도 자리가 많지 않았고 상점들이 휴무에 들어갔다. 특히 영국은 버스가 운행을 하지 않았다. 셋째, 이미 한번 여행을 했던 스위스여서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워크캠프를 선택했던 이유는 청소년영화축제 라는 엄청나게 매력적인 캠프였기 때문이다. 급하게 신청서를 작성하고 받은 인포시트는 더욱 매력적인 말들로 가득했다. 주 활동 내용은 필름페스티벌 개최를 준비하는 것이었고, 참가자들과 다 함께 우리만의 영화를 만들기로 되어있었다. 영화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독립영화와 단편영화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더욱 나를 설레게 하였다. 그리고 워크캠프 리더로부터의 두 번의 단체 메일은 엄청난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영화 제작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시나리오를 준비해도 좋다는 내용과 만나는 장소의 자세한 구글맵 첨부까지 있었다. 조금 실망적인 부분은 단체메일의 한국 계정인 다음과 네이트 메일주소가 있었다. 한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더니 8명 중에 3명이 한국인이라니 조금은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안심도 되었다.
그리고 2012년 4월 8일.
영국 게트윅 공항에서 스위스 취리히행 비행기를 탔다. 캠프기간은 9일부터 15일 까지지만 비행기 일정도 그렇고 하루 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고 하여서 하루 일찍 갔다. (하지만 일찍 온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숙소는 취리히 공식 호스텔. 자료를 찾아보니 평점이 아주 높고 가격도 아주 비싼 최고의 유스호스텔이었다. 쓸쓸하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친구들을 만나러 지도를 들고 만남장소를 찾아 다녔다. 4월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이상기온으로 그 날을 엄청난 폭설과 폭우가 내렸다. 앞으로 일주일은 최저 기온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도 들었다. 얇은 야상점퍼만 입고 갔는데…앞으로의 일주일이 기대되었다. 길을 찾다가 너무 추워서 기차역에 들어가서 앉았는데 내 앞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이상한 예감이 들어서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그를 만남장소 앞 신호등에서 다시 만났다.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같이 들어갔는데 한국인 같은 남자가 또 있었다. 그는 한국인이 아니라 대만사람 싱하오였다. 영어이름 브랜든이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진짜 이름을 불러주기로 했다. 이것 또한 서로의 언어를 존중해 주는 방법의 하나라고 우리는 생각했다.(사실은 나의 생각이다.) 만남장소에선 캠프리더 아이누 와 한국인 지현이,성원오빠, 대만인 싱하오, 이탈리안 이레네를 만났다. 그리고 호스텔로 이동해 짐을 풀고 조금 늦게 도착한 벨기에인 산드린을 기다렸다. 한국인의 비율이 컸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다른 유럽여행 중에서도, 영국에서의 생활에서도 영국 이외 유럽에서 온 친구들을 만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웠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영화제 개최지로 가서 둘러보고 담당자와 인사를 나눴다. 엄청나게 빡빡했던 일정과는 다르게 우리가 주로 했던 일은 포스터 붙이기.(이것도 행사 진행 팀이 영화제 몇 주일 전부터 광고 포스터를 붙여 놓았기 때문에 우리는 행사장 실내장식을 맡았다.) 세 팀으로 나누어서 Bar에서 음료 팔기, 팜플렛과 투표용지 나누어 주기, 전문 카메라로 행사 촬영하기를 했다. 일은 주로 하루에 1-2시간 정도만 했고 나머지 시간엔 영화제작에 집중했다. 자세한 안내사항이 없어서 각자 생각해온 시나리오는 없었지만 아이디어 회의 끝에 워크캠프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우리 모두는 각각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터키, 벨기에로부터 워크캠프를 위해 모였고, 첫날 서로의 다른 인사 법에 당황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의 다른 음식, 언어, 문화를 경험하는 이야기를 다루기로 하였다. 이 영화의 내용들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식사 후에 모여서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도 가졌고,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저녁에 나가서 맥주를 마시며 서로의 술 문화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한국의 술 게임도 다같이 즐겼다. 나는 처음으로 벨기에의 정치에 대해 얘기를 들었고 벨기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은 중국과 대만의 관계, 남북한의 관계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 전에도 워크캠프를 참여 한 경험이 있었지만 그때는 현지인과 한국인의 비율이 90%였어서 이러한 문화체험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을 5일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영화로 만들어 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한 점도 있었지만 장소와 날씨(이 전에 말했듯이 워크캠프 내내 눈, 비가 내렸다.)의 제한이 있었다. 결국 다큐멘터리로 바꿔서 캠프 기간 중 일상을 담기로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캠프리더의 자질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자상했던 캠프리더는 첫 날 이외에 잠자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워크”캠프” 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집에서 생활을 했다. 그 때문에 우리의 불편사항이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녀는 터키 출신 이지만 스위스에서 10년 넘게 생활을 했었는데 현지인과 특히 영화감독과 대화를 할 때 Dutch를 계속해서 사용했다. 영어실력이 뛰어났음에도 우리를 세워두고 외국어를 일주일 내내 사용한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한국인이 세 명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외국 친구들과 있을 때 한국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캠프 도우미로 있었던 영화감독도 시간제로 돈을 받으면서도 책임감 없이 행동했던 점이 아쉬웠다.
일하는 시간 외에는 영화를 감상했는데 스위스 청소년들이 만든 영화는 기대 이상 이라 모두에게 문화충격을 주었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시간을 보내는 것과 비교가 되기도 하였고, 문화개발의 중요성도 느꼈다. 최연소 참가자들은 8살 이었다. 서툴지만 한 장면, 한 장면에 정성이 보였고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문화체험의 기회를 늘려서 영화계에 관심이 있는 젊은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하였다. 15세 이상 경쟁부분에서는 엄청난 실력자들이 모여서 누구에게 투표를 해야 할 지 곤란할 지경이었다. 영화상영 후에 로비에서 다같이 음료를 즐기며 감독과 영화에 대해 대화를 나눌 기회도 있어서 더욱 영화를 깊게 이해 할 수 있었다. 국내 영화제인 탓에 영화의 대부분이 Dutch인 것이 아쉬웠지만…
캠프가 끝나기 전 날. 우리는 모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영화 편집 막바지 작업을 했다. 마이클 잭슨 의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고, 롤링페이퍼를 통해 하지 못했던 말들을 적고, 모두가 유럽에 있는 동안 다시 한번 모여 휴가를 갈 계획을 세웠다.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항상 취객 같은 느낌이 드는 우리 멤버들 때문에 “Beery”라는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고 “Beery work camp”로 이름을 정했다. 나는 필리핀에 있느라 참여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Beery work camp in Zurich” 페이스 북 클럽에선 미지의 나라인 크로아티아로의 휴가 계획이 한창이다.
우리의 영화는 실패로 끝나서 다큐멘터리로 바꿨지만 가끔 영상을 보며 추웠던 취리히를 그리곤 한다.
영상을 업로드 못하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