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등 떠밀려 간 워크캠프, 인생을 바꾸다

작성자 박희연
덴마크 MS01 · CONS/ENVI 2012. 05 - 2012. 06 Brenderup

The Lotus Hous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프랑스에서의 교환학생 생활 한 학기를 마치고,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 귀국 직전에 워크캠프가 나의 마지막 유럽생활의 종지부였다. 물론 그 종지부를 자의에 의해 찍지는 않았다. 3년 전, 나처럼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워크캠프를 경험한 나의 남자친구가 추천해줘서였다. 즉, 처음에는 정말 등 떠밀려서 워크캠프에 가게된 것이 사실이다.
교환학생 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흔히 그 생활에 대해 가지는 판타지가 있다. 외국 친구들이랑 하루가 멀다하게 파티를 하고, 클럽을 가고, 여행을 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사는 것. 나 역시 그랬다. 외국 생활에 대한 동경과 외국 친구들과 대화하고 노는 것이 그저 멋져 보였다. 우리학교 학생 3명을 포함해 내가 공부할 학교에 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의 다짐 및 친한 친구들의 조언은 이랬다. “가서 절대 한국 사람들이랑 몰려 다니지마.” 다들 그렇다. 외국까지 나가서 한국 사람들이랑 어울려 다니는 것은 절대 해야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며, 이렇게 하기가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가보니 나는 너무 뼛속부터 한국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체면이 중요하고, 자존심도 중요하고,많은 친구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춤 추는 것도 못하고, 별로 반갑지도 않은데 포옹까지 하면서 인사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점점 외국 친구들이랑 있는 게 불편해졌고 그저 한국에서처럼, 한국식 커뮤니케이션방식이 수월한 친구들과 가까워지는게 편했다.
수업시간에서, 팀프로젝트에서, 파티에서, 외국 친구들을 계속 마주치고 그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적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벽을 쌓게 되었고 ‘외국 애들이랑은 어느 정도 이상 못 친해지겠다. 속 마음도 얘기 잘 안하고 겉으로만 친한 척 하는 느낌이다. 동양인들 무시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라고 생각했다. 팀프로젝트 할 때 행여 한국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그룹에 들어가면 불편해서 미칠 것 같았고, 그나마 한국과 정서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된 중국, 대만 친구들과만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기숙사 같은 층 복도에 사는 외국인 친구 몇 명이, 내 방 근처에서 수다를 떨고 있으면 방 밖으로 나가기도 망설여졌다. ‘지금 빨래하러 내려가면 분명 나한테 말을 걸 텐데, Hi, How are you?만 하고 지나치기도 뭐하고 어쩌지.’ 평소 마주쳐도 긴 대화를 나누지 않은채 인사만하고 지나가고, 그저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하고만 어울리는 모습은, 외국 친구들에게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줬을 것이다. ‘나 너네랑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아.’
이렇게 외국 친구들과 소통하기 불편했던 내가 워크캠프에 가고 싶지 않았던 건 당연했다. 워크캠프가서도 지금 같이 생활한다면, 그건 생각만 해도 너무 괴로웠다. 10명 내외의 외국 친구들과 나 혼자 한국인이라면, 나 혼자 동양인이라면, 3주동안 스트레스만 받고 올 것 같았다. 워크캠프를 권해준 남자친구에게 솔직하게 내 심정을 말했더니 ‘괜한 걱정 하지 말라’고 했다. 본인도 교환학생 생활이랑 워크캠프, 둘 다 해봤는데 워크캠프에 오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밝고, 적극적이고 착해서 금방 친해 질 수 있을 거라고, 봉사활동 신청한 친구들인데 그렇지 않겠냐고. 나는 남자친구의 말에 설득되지는 않았으나 믿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변화를 주고, 먼저 다가가고, 먼저 웃고, 먼저 일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남자친구의 말은 맞았다. 나의 태도도 시너지 효과를 발했다.



-카를로스
3주동안 우리 ‘The Lotus house’팀을 멋지게 이끌어준 리더 카를로스!
너가 우리를 위해 준비했던 많은 게임들과 프로그램은 어색했던 우리들이 친해지는데 많은 도움을 줬어. 친구들과 어떻게 친해지느냐가 나한테 가장 큰 고민이였거든. 추운 날 맨발로 진흙밟기 같은 굳은 일도 늘 솔선수범하고, 주말에는 우리들과 어떻게 즐겁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고, brenderup 정규 학생들과 우리 워크캠프 참여자들 사이에서 균형도 잡아주고, 학생들하고 친하게도 해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처음에는 왜 학생들이 너한테 ‘great leader’라고 하는지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너한테 잘 어울리는 애칭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도 brenderup에서 여름방학 캠프 참여자들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그들에게 또 좋은 리더가 되면서 말이야. 정말 고마워.

-아나이스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내 친구 아나이스! 내가 교환학생을 했던 프랑스 릴에서 왔다고 했을 때부터 우린 인연인걸 내가 알았지.^^ 예쁜 얼굴만큼 아름다운 너의 마음씨가 정말 좋았어. 뭐랄까, 너를 보면서 나는 참 심각하고 진지한 사람 같다는 걸 느꼈어. 늘 즐겁고, 늘 웃는 너의 모습이 처음엔 좀 낯설게 느껴졌어. 왜 쟤는 저렇게 별 거 아닌거에 즐거워하고, 별거 아닌거에 웃고 늘 업되어 있지? 안 피곤한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 너의 활발한 에너지가 주변 사람들한테까지 전해져서 모드를 즐겁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특히나 너가 잘 부르던 휘파람은 들을 때 마다 기분이 너무 좋았어. 힘든 일을 배정받고 나서도 늘 ‘Ok!’라고 하며 휘파람을 한 번 휙 불고 즐겁게 임하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너가 버릇처럼 짧게 불었던 휘파람은 너의 개인레슨 덕에 나도 불 수 있게 되었어. 가끔 기분이 안 좋고 축 처질 때 마다 이 휘파람을 불면 너의 미소가 생각나면서 기분이 좋아져. 잘지내고 있겠지?! 나의 해피바이러스 아나이스.^^

-베드라나
생각 깊고 의젓한 나의 룸메이트 베드라나 언니! 물론 내가 ‘언니’라는 뜻을 가르쳐줬었지만, 늘 ‘베드라나’라고 이름만 부르다가 언니라고 하니까 느낌이 색다르네. 교환학생 생활하면서 ‘외국 애들이랑은 어느 정도 이상 못 친해지겠다. 속 마음도 얘기 잘 안하고 겉으로만 친한 척 하는 느낌이다.’라는 나의 편견을 깨준 사람이 바로 언니야. 정말 나는 외국 친구들하고는 한국 친구들과 같은 수다를 못 떨 줄 알았어.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 언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평생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지니고 살았겠지?! 언니랑 룸메를 하면서 우리 둘이 조용히 방에 있을 시간이 꽤 있었잖아. 특히 잠 자기 전에. 그 때 마다 우리는 둘다 연애중인 관계로, 동서양을 뛰어넘는 연애 스토리 및 연애 고민을 서로 토로했지. 그리고 난 유럽 친구들은 다 클럽가는 거 좋아하고, 술 마시는 거 좋아하고 그런 줄 알았어. 근데 언니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더라고. 나도 놀 때는 재밌게 놀지만, 언니처럼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거든.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느꼈었어. 워크캠프 끝나고 남자친구 마테오와 여행 간다고했었는데, 잘 다녀왔겠지?! 언니가 페이스북을 안해서 너무 아쉽지만, 곧 또 메일 할게..^^


-타티아나
우리 중 최연소 귀염둥이였던 타티아나! 첫 만남에서 각자 자기 소개를 할 때, 너는 본인이 숫기도 별로 없고 낯을 많이 가린다고 했었지. 대신 친해지면 많이 변한다고 했었지. 그 땐, 아 정말 저 친구가 내성적인 친구인가 보구나 다가가서 먼저 말을 많이 걸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몇 일 지나고 보니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어…ㅋㅋ 어쩜 그렇게 얌전한 척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말할 때도 노래 가사처럼 노래부르면서 하고, 웃긴 표정 짓고, 필립이랑 둘이 투닥투닥 거리고, 너도 아나이스 못지 않은 해피바이러스였어. 나하고 에밀리아노하고 middlefart로 자전거 여행갔다가 길 잃어버렸다가, 구조(?)되서 돌아왔을 때 너가 나를 꼭 안아줬잖아. 나 정말 많이 놀랐었는데 너가 따뜻하게 나 안아줘서 고마웠어. 우리 중에 가장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짐나지움에서 공부하는 학생답게 똑똑하더라.

-필립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필립! 늘 에너지가 넘쳐서 일 끝나고 다들 지쳐서 쉴 때, 혼자 조깅까지 하러 가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가 했던 일이 공구창고를 짓는 일이라서 우리가 생각해서 처리해야할 부분도 많았는데 그 때마다 전문가인 마르코한테도 막힘없이 창의적인 의견을 많이 제시해서 도움이 많이 됬었지. 상식도 풍부하고, 재밌는 얘기도 많이 알고, 에너지도 넘치는 너를 보면서 끊임없이 팔굽혀펴기 하는 건전지인 에너자이저가 생각났어. 대학원 진학하고, ph.D까지 따서 물리학과 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잘 해낼거라 믿어. 잘 지내!

-에밀리아노
전형적인 이탈리아 남자 에밀리아노! 영어가 서툴러서 우리하고 의사소통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천천히 더듬더듬 맗하면서 우리하고 잘 지냈었지. 무엇보다도 나는 너와 같이 자전거 타면서 잃어버린 사건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아. 너나 나나 운동 신경이 떨어지고, 체력이 남들보다 좋지 못해서 뒤쳐졌었는데 결국 우리는 길을 잃고 말았지… 너 말 대로 중간에 다시 학교로 돌아갈 걸 그랬나봐 내가 괜히 고집부려서 middlefart까지 꾸역꾸역 가고 말았잖아.^^; 혼자 길을 잃어버렸다먼 정말 너무 겁나고 무서웠을 텐데, 그래도 너랑 같이 있어서 위로가 많이 됐어. 너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노래도 부르고, 나한테 좀 쉬었다 가자고도 하면서 당황해서 마음만 급한 나를 한숨 돌리게 해줬어. 고마워. 이탈리아는 내가 여행해본 국가들 중에 최고여서 꼭 다시 가보고 싶은데, 가게 되면 연락할게!

-진희
진희야! 워크캠프가서 한국 사람을 만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는데..!! 워크캠프 가기 전에 한국인 참가작 있다는 걸 알고 한 편으로 기쁘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됐어. 한국 사람이 있으니까 내가 또 그 사람한테 의지하게 되지는 않을까, 교환학생 때 처럼 다시 한국 사람하고만 어울리는 생활을 하지 않을까, 아니면 그 사람은 나와 달리 외국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면 나는 더 소외감을 느끼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모든 나의 걱정은 너를 만나자마자 싹 사라졌어. 나보다 2살이나 어림에도 불구하고, 의젓한 모습 많이 보여주면서 때로는 오빠 같이 느껴졌어. 자전거 사건 이후에는 어디 갈 때마다 꼭 내 뒤에서 나를 에스코트해주고, 내가 없으면 나를 챙기면서도 외국 친구들하고 더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줬잖아. 워크캠프에서 너를 만나게 해준 인연에 정말 감사해. 곧 있으면 군대 가지? 잘 다녀오고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