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낯선 곳에서 마주한 용기와 성장

작성자 장윤지
독일 NIG08 · ENVI/RENO 2012. 07 Schmarsow

Schmarsow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나는 워크캠프를 갔다 온 동아리 선배에게 워크캠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거기에 가봤자 얼마나 좋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번도 머리 노란 아이들과 어울려 본 기회가 없는 나로서는 그런 선배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원래 작년 여름쯤에 혼자 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었는데 계획도 없었을 뿐더러 시간이 안 되서 못 갔다. 그래서 워크캠프도 하고, 여행도 할 겸 유럽에 한번 가서 많은걸 느껴보자! 라는 생각으로 갔다.
출국 전날, 아니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도 나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고 난 분명 가면 잘할 것이기 때문에 별로 걱정은 안했던 것 같다. 하지만 독일로 가기 전에 환승하는 네덜란드에서부터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난 유창하게 영어를 할 수도 없다. 이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무서워졌다. 워크캠프에 가면 더욱 다양한 국가의 아이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인데, 말도 안통하면 대체 3주동안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두려워졌다. 나는 결국 독일에 도착했고, 워크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베를린에 이틀을 예약해둔 호스텔을 찾아갔다. 거기서 만난 중국인 여자애랑 많은 얘기를 하고 케밥도 먹으면서 ‘잘 할 수 있을거야’ 라고 다짐했다.
결국 그 날이 왔다. demmin으로 가는 열차표를 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워낙 많이 공부를 하고 온터라 영어만 조금 하면 특히 그런 매표소에 있는 분들은 친절하게 대해줬다. 다른 나라보다 독일이 유난히 친절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표를 사고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키 큰 여자애가 말을 걸었다. 우리는 같은 워크캠프에 가는 것이었다. 내가 워크캠프 시트와 demmin으로 가는 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schmarsow로 가는 건줄 알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이였다. 정말 신기했다. 덕분에 나는 schmarsow로 가는 내내 그 러시아 친구와 얘기를 하고, 같이 음악도 듣고, 과자도 나눠먹으면서 도착했다. 사실 5분 정도 약속장소에 늦어졌다. 기차가 연착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로버트 아저씨의 차에 타고 함께 집으로 향했다. 첫날에는 일을 하지 않고, 로버트 아저씨가 그 다음 날에 해야 할 일과 우리가 함께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밤 10시 이후에는 할머니가 주무시기 때문에 조용히 해달라는 것 등등 규칙사항을 알려주고 내려가셨다. 그러더니 맥주를 가져와서 하나씩 나눠주셨다. 덕분에 우리는 ice breaking이 가능했고 서로에 대해 엄청난 호기심을 가지고 즐겁게 쉬었던 것 같다.
일은 어렵지 않았다. 옛날에는 기차역이었다는 곳을 다시 재건하는 일을 했고, 또 벽돌을 가는 일도 했다. 알고보니 로버트 아저씨가 renovation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고, 그만큼 유명한 사람이라고 했다. 보통 일은 2시 정도에 끝났고, 1시간 정도 쉬고나서 3시쯤에 로버트 아저씨 차를 타고 주변의 박물관이나 마을을 들렀고, 시골 음악회도 가 보았다. 사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데, 로버트 아저씨는 전형적인 독일인이라 상당히 건조하고 틀에 맞춰진 활동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는 로버트네 집에서 3주 내내 편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자유를 느끼기에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게다가 쟈스민이라는 캠프리더는 일주일 후에 도착해서 오히려 그 친구가 적응을 하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래도 쟈스민이 있어서 우리 나름 대로 같이 계획을 짠 것을 로버트 아저씨가 인정해 줄 때도 있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일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는 것. 나는 햇볕에 탈까봐 이전에 걱정을 했었는데, 워낙 실내에서만 일하는 거라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중간에 각자의 나라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나는 한국인 오빠가 같이 있어서 조금 수월하게 했던 것 같다. 음식을 요리할 때도 오빠가 가져온 고추장과 내가 가져온 불고기 양념이 있어서 다양한 요리를 해줄 수 있었고, 오빠가 라면도 가져와서 친구들이랑 라면도 먹었다. 나는 아직도 친구들이 맵다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는 같은 방에 2명씩 잠을 잤는데,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랑 같은 방을 썼다. 그런데 이 우크라이나 친구가 너무 수동적이고 비협조적이어서 정말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외에는 같이 하지 않았다. 그 친구는 워크캠프를 많이 해서 질렸다고 했다. 같은 방을 쓰지만 그 친구는 매일매일 남자친구랑 전화를 해서 3주동안 말을 열마디도 안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친구 외에는 다들 괜찮았다. 서로의 개성이 워낙 강해서 마찰이 있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나름대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워크캠프에 참가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짝 더 재미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워낙 많은 기대를 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고, 독일이라서 프로그램 자체가 조금 딱딱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독일의 그런 면모를 좋아해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잘 느끼고 오게 된 것 같다. 워크캠프를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한국에서 고민하고 고민했던 그러한 일들이 정말 사소한 일이라는 것. 지구는 정말 크고, 나는 지구의 먼지조차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내가 무슨 일을 하든, 고민할 시간에 해보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 난 워크캠프와 또 나의 여행을 통해 추진력이라는것을 얻었다. 그래서 나는 유럽에 갔다 온 이후로 지금의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나처럼 내일에 대한 걱정으로 잠못이루는 친구들에게 워크캠프에 가라고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