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하노이, 봉사로 채운 뜨거운 여름
THUY AN CENTER FOR ORPHANS AND DISABLED CHILDRE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적어내려가야 할까?
지난 학기 나는 졸업하기 전에 외국 친구들과 함께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해 보고싶어서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찾아보았다. 그 중 눈에 띈건 국제워크캠프. 커뮤니티도 제법 활성화 되있고, 여러 리뷰도 남겨있는데다가 지역과 활동 내역을 내가 고를 수 있어서 참가비 납부에 자비로 봉사활동 장소까지 가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봉사활동을 신청했었다. 1지망이었던 그리스 워크캠프에서 탈락한채 진행된 2지망. 베트남 하노이 SJV워크캠프. CPR수료증과 보육원, 병원, 장애인복지관에서의 봉사이력, 그리고 학원강사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서 아픈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본 프로그램에는 왠지 합격될 것 같았고, 예상처럼 합격메일이왔다. SJV에서 초기에 진행하기로 한 내용은 병원에서 어린환자들과 놀아주기, 하지만 중간에 장애인 복지관으로 내용이 한번 바뀌었고, 워크캠프가 진행되기 직전에 다시 병원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그래, 내용이 바뀌는게 크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것, 외국 친구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해 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경험이고 가치있는 일인데. 라는 생각으로 나는 하노이로 떠났다. 얼마나 보람된 하루하루가 지나갈까? 하는 기대와 함께.
하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한 침대에 아이가 세명씩 누워있는 베트남 병원의 모습이나 장애인들을 잠시 돌보아주는 수준에 불과한 복지관의 모습도 분명 안타까웠지만 처참하다고까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처참했던것은 SJV측에서 시행하는 워크캠프의 현실이었다. 우리는 화요일에 시작하는 워크캠프였다. 하지만 화요일에 한 일은 베트남에 대한 소개와 일요일에 하는 헌혈행사에서 플래쉬몹에 참가하지 않겠느냐는 질문. 그리고 오피스 안에만 있기 뭐했던 스페인, 미국 친구들과 베트남 로컬 자원봉사자 한명과 함께 시내로 나와 서너시간정도 있던게 전부였다. 그래 첫날이니까. 내일은 병원에 가겠지 하는 기대와 함께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병원이 아닌 베트남학생들의 기숙사 옆 공터로 갔다. 그리고 한시간정도 플래쉬몹을 연습했다. 그다음? 헌혈행사에 참가할 베트남학생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그들이 노는 춤을 같이 따라 쳐줬다. 그래, 어제 다들 플래쉬몹에 참여한다고 했으니까 이정도 연습은 할 수 있겠지. 이 다음에는 분명 우리 프로젝트를 시작하러 병원에 갈거야. 가서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줄까? 어느정도 아픈 아이들일까? 하는 생각들과 함께. 하지만 아주 당연한 것 처럼 우리의 예상은 빗나갔다. 우리는 하노이에 있는 대학교를 구경하러 갔다. 그것도 밖에서 건물만. 하나는 그렇게 건물만 보고, 다른 하나는 허가가 안난다고 삼십여분을 그냥 바닥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는 SJV의 다른 프로젝트에서 하는 Youth Center라는 곳에 갔었다.
언제쯤 우리가 우리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고, 도대체 왜 우리가 이렇게 우리의 프로젝트와는 상관없는 곳만을 돌아다니고 있는지 궁금하여 프로젝트의 리더와 대화를 시도했다.
"우리 프로젝트는 병원에서 아이들을 돌보기잖아. 우린 언제 병원에 가?"
"글쎄."
"우린 워크캠프에 참여하기위해 베트남에 온 거지 그냥 길에서 걸어다니려고 온게 아니야. 봐봐 다들 아무것도 못하고 있잖아."
"기다려봐."
"병원에는 언제 갈 수 있는거야?"
"알았어. 가서 병원이랑 회의해 보고 올 테니까 이따가 얘(다른 프로젝트의 리더) 따라서 수상가옥 갔다가 같이 오피스로 돌아온다고 다른 애들한테 전해줘."
녹음기로 녹음을 해 놓았거나, 엄청난 기억력을 갖고있지 않기때문에 100%자세하게 쓸 순 없지만 그날 적어놓은 일기에 썼던 내용이기에 그다지 사실과 벗어나진 않았을거다. 화요일부터 프로젝트가 시작인데 아직도 조율중이라니! 맙소사. 왜 그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일말의 공지도 없었던걸까?
워크캠프 측은 베트남 SJV워크캠프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사전에 더 정확하고 사실적인 공지를 했어야만했다. 체계가 이렇게 안잡혀있을줄이야. 이틀째가 되는 날에도 우리는 이처럼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만했다. 우리는 병원에서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프로젝트를 하기위해 온 것이지, 이렇게 시시껄렁하게 시간죽이기로 돌아다니면서 하노이의 대학들이나 쳐다보고, 식당에서 한시간반씩 시간을 때우기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셋째날 아침. 어제 저녁 리더에게 저녁은 먹었냐고 물어보며 병원과 회의는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려던 시도가 리더의 까칠한 냉대에 산산조각났던게 생각이 났다. 휴... 그래. 어제 회의했다니까 오늘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겠지. 아침 먹고 이제 프로젝트 시작하러 가겠지.
그리고 이날 알게되었다. 베트남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걸. 무엇을 기대하든 상상 그 이상의 쓴맛을 보게된다는 걸. 우리는 병원이 아니라 다시 이상한 플래시몹을 연습하러 그 기숙사에 갔다. 이번에 연습한 시간은 10분. 왜 이렇게 잘 기억하는지는 워크캠프에서 버린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서 일기장에 구구절절 깨알같이 적어놨기때문이다. 10분이 살짝 안되는 시간 동안 플래시몹을 연습한 후 우리는 2시간 40분 이상을 시간을 죽이고 있어야만했다. 그래. 너무너무 심심해서 미국인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누라 영어 듣기랑 말하기는 늘었다고 치자. 그런데 내가 여기에 영어연수하러 온건 아니지 않은가. 미친짓이다 이건. 우리가 3일동안 한 일은 플래시몹 춤 연습과 시간 죽이기식으로 이곳저곳에 끌려다닌게 전부였다. 시간. 이 얼마나 아까운 죽어없어진 내 시간이란 말인가.
다행스럽게도 이날은 병원 땅을 밟아보긴 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로컬봉사자의 설명(이라고 해도 한 병실에 몇명이 쓰고, 여긴 어떤 병동이고 정도가 끝이었다.)을 들으며 소아병동을 살펴보고, 몇명의 유아환자를 데리고 하는 수업에 참관했다. 그래, 기다려보자. 우리는 내일 우리가 공지받은데로 아이들과 놀아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을거야.
넷째날 아침. 또다. 또 이런식이다. 이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체계라는 것은 사전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인 것 같다. 아침을 먹으면서 다들 리더에게 한마디씩을 했다. 우리는 이러려고 워크캠프에 온게 아니다. 우리의 메인 미션은 플래시몹이 아니라 병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 이다. 우리가 플래시몹을 한다고는 했지만 너는 자세한 사항을 이야기 해 주지도 않고 할래 안할래만 물어보지 않았느냐. 왜 우리가 우리의 프로젝트보다 플래시몹에 더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거냐. 하지만 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수요일, 목요일처럼 이날 아침에도.
병원에서 하루에 1시간 30분을 있으며 그중 1시간은 수업참관만 하려고 그 돈, 돈보다 더 귀중한 시간을 들여가며 베트남에 온게 아니다. 화가 났다. 게다가 나와 다른 한국인 참가자, 그리고 미국인참가자는 스페인과 프랑스참가자들이 4명씩 무언가 따라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의 아이들을 배정받은것과는 다르게 아주어린 아이1명과 그 아이보다 조금 큰 아이1명을 배정받았을 뿐이었다. 내가 수요일 목요일,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연속적으로 우리프로젝트에 대해 말을 한것에 대해 리더가 앙심을 품은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 실망스럽고 화가났다.
점심을 먹고 처음 회의를 하며 처음으로 코디네이터를 만날 수 있었다. 상식적으로 봉사자들이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보는게 코디네이터여야하지 않은가... 상식이 애시당초 통하지 않는 나라임이 분명하고 확실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코디네이터는 자꾸 인포싯이랑 다른 내용이 진행되는 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플래쉬몹에 관한 사항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해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전혀 미안해 하지 않았다... 아...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정말 화가나서 진심으로 항의하고 화를 냈다. 그리곤 자세한 일정을 만들어 보여 줄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은 나만 이 프로젝트의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까지 격하게 이야기하진 않았는데 회의 전에 프랑스친구들과 스페인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들도 같은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항의를 할 수 있었다. 리더와 참가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워크캠프이지만 리더가 그 어떤 상세한 이야기도 참가자들에게 해주지 않고, 자신이 책임을 맡은 프로젝트를 회피를 하니 나도 항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제야 무언가 생각이 드는지 오후에는 장애인복지관에 가겠다고 코디네이터가 말을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 난 상태라 장애인 복지관에 가서 어떤 것을 할 건지 자세한 걸 믿을 수 있게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니 직접 가 보잔다. 그 복지관에. 복지관이 있나 없나를 못 믿는게 아니라 가서 또 그저 지켜보기만 할 줄 아는 인형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있어야하는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인데. 어쨌든, 무언가 의미있는 일이라도 하고 싶어 장애인 복지관으로 1시간 정도를 이동해 갔다. 그리고 거기서는 뭘 했을까? 10분정도 장애인들을 마사지 해 주고, 20분정도 놀아주는게 전부였다. 젠장. 프랑스친구들은 이 상황이 이해가 안가는지 센터의 마당 구석으로 나가서 담배를 연신 피워댔다. 아마 그들이 이곳에 와서 할일이 없어 피운 담배는 일인당 서너갑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한국인들과 베트남인들의 자국 음식요리가 끝난 후 10시 30분 쯤 시작된 회의에서 나는 워크캠프를 그만두는 것을 결정했다. 물론 내가 화가나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격해진 건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봉사자들이 도착하고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렇게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던 자신들의 잘못을 그저 국민성의 문제로 돌려버리고, (우린 원래 이래. 이래서 우리가 너네보다 후진국이야. 라고 하는 말을 듣던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는 일 없이 낭비 된 시간까지 무조건적이 이해를 바라는 그들에게 질려버렸다. 4일치 비용 외의 현장납부비를 환불받을 것을 재차 약속하고, 나는 워크캠프를 그만뒀다. 그들은 스케쥴을 우리에게 보여주긴 했지만 그 스케쥴에는 언제는 어디에 간다가 전부였으며, 자세한 내용이 빠진 그들의 말을 나는 더이상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의 상황은 남아있던 한국인 참가자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월요일부터는 정상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고. 다행이었다.
실망만이 가득했던 워크캠프였다. 워크캠프 어때? 라고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면 하노이에서 SJV가 주최하는 워크캠프는 절대 가지마! 라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말릴 것이다. 혹시나 SJV워크캠프를 신청하려는 참가자가 있다면 호치민에서 열리는 워크캠프에 참여하는 것을 권한다. 베트남 여행 도중에 호치민 워크캠프의 중국인 참가자와 만났었는데 호치민에서 진행된 워크캠프는 굉장히 뜻깊고, 알찼다고 했으니 말이다.
지난 학기 나는 졸업하기 전에 외국 친구들과 함께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해 보고싶어서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찾아보았다. 그 중 눈에 띈건 국제워크캠프. 커뮤니티도 제법 활성화 되있고, 여러 리뷰도 남겨있는데다가 지역과 활동 내역을 내가 고를 수 있어서 참가비 납부에 자비로 봉사활동 장소까지 가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봉사활동을 신청했었다. 1지망이었던 그리스 워크캠프에서 탈락한채 진행된 2지망. 베트남 하노이 SJV워크캠프. CPR수료증과 보육원, 병원, 장애인복지관에서의 봉사이력, 그리고 학원강사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서 아픈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본 프로그램에는 왠지 합격될 것 같았고, 예상처럼 합격메일이왔다. SJV에서 초기에 진행하기로 한 내용은 병원에서 어린환자들과 놀아주기, 하지만 중간에 장애인 복지관으로 내용이 한번 바뀌었고, 워크캠프가 진행되기 직전에 다시 병원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그래, 내용이 바뀌는게 크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것, 외국 친구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해 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경험이고 가치있는 일인데. 라는 생각으로 나는 하노이로 떠났다. 얼마나 보람된 하루하루가 지나갈까? 하는 기대와 함께.
하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한 침대에 아이가 세명씩 누워있는 베트남 병원의 모습이나 장애인들을 잠시 돌보아주는 수준에 불과한 복지관의 모습도 분명 안타까웠지만 처참하다고까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처참했던것은 SJV측에서 시행하는 워크캠프의 현실이었다. 우리는 화요일에 시작하는 워크캠프였다. 하지만 화요일에 한 일은 베트남에 대한 소개와 일요일에 하는 헌혈행사에서 플래쉬몹에 참가하지 않겠느냐는 질문. 그리고 오피스 안에만 있기 뭐했던 스페인, 미국 친구들과 베트남 로컬 자원봉사자 한명과 함께 시내로 나와 서너시간정도 있던게 전부였다. 그래 첫날이니까. 내일은 병원에 가겠지 하는 기대와 함께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병원이 아닌 베트남학생들의 기숙사 옆 공터로 갔다. 그리고 한시간정도 플래쉬몹을 연습했다. 그다음? 헌혈행사에 참가할 베트남학생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그들이 노는 춤을 같이 따라 쳐줬다. 그래, 어제 다들 플래쉬몹에 참여한다고 했으니까 이정도 연습은 할 수 있겠지. 이 다음에는 분명 우리 프로젝트를 시작하러 병원에 갈거야. 가서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줄까? 어느정도 아픈 아이들일까? 하는 생각들과 함께. 하지만 아주 당연한 것 처럼 우리의 예상은 빗나갔다. 우리는 하노이에 있는 대학교를 구경하러 갔다. 그것도 밖에서 건물만. 하나는 그렇게 건물만 보고, 다른 하나는 허가가 안난다고 삼십여분을 그냥 바닥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는 SJV의 다른 프로젝트에서 하는 Youth Center라는 곳에 갔었다.
언제쯤 우리가 우리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고, 도대체 왜 우리가 이렇게 우리의 프로젝트와는 상관없는 곳만을 돌아다니고 있는지 궁금하여 프로젝트의 리더와 대화를 시도했다.
"우리 프로젝트는 병원에서 아이들을 돌보기잖아. 우린 언제 병원에 가?"
"글쎄."
"우린 워크캠프에 참여하기위해 베트남에 온 거지 그냥 길에서 걸어다니려고 온게 아니야. 봐봐 다들 아무것도 못하고 있잖아."
"기다려봐."
"병원에는 언제 갈 수 있는거야?"
"알았어. 가서 병원이랑 회의해 보고 올 테니까 이따가 얘(다른 프로젝트의 리더) 따라서 수상가옥 갔다가 같이 오피스로 돌아온다고 다른 애들한테 전해줘."
녹음기로 녹음을 해 놓았거나, 엄청난 기억력을 갖고있지 않기때문에 100%자세하게 쓸 순 없지만 그날 적어놓은 일기에 썼던 내용이기에 그다지 사실과 벗어나진 않았을거다. 화요일부터 프로젝트가 시작인데 아직도 조율중이라니! 맙소사. 왜 그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일말의 공지도 없었던걸까?
워크캠프 측은 베트남 SJV워크캠프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사전에 더 정확하고 사실적인 공지를 했어야만했다. 체계가 이렇게 안잡혀있을줄이야. 이틀째가 되는 날에도 우리는 이처럼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만했다. 우리는 병원에서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프로젝트를 하기위해 온 것이지, 이렇게 시시껄렁하게 시간죽이기로 돌아다니면서 하노이의 대학들이나 쳐다보고, 식당에서 한시간반씩 시간을 때우기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셋째날 아침. 어제 저녁 리더에게 저녁은 먹었냐고 물어보며 병원과 회의는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려던 시도가 리더의 까칠한 냉대에 산산조각났던게 생각이 났다. 휴... 그래. 어제 회의했다니까 오늘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겠지. 아침 먹고 이제 프로젝트 시작하러 가겠지.
그리고 이날 알게되었다. 베트남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걸. 무엇을 기대하든 상상 그 이상의 쓴맛을 보게된다는 걸. 우리는 병원이 아니라 다시 이상한 플래시몹을 연습하러 그 기숙사에 갔다. 이번에 연습한 시간은 10분. 왜 이렇게 잘 기억하는지는 워크캠프에서 버린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서 일기장에 구구절절 깨알같이 적어놨기때문이다. 10분이 살짝 안되는 시간 동안 플래시몹을 연습한 후 우리는 2시간 40분 이상을 시간을 죽이고 있어야만했다. 그래. 너무너무 심심해서 미국인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누라 영어 듣기랑 말하기는 늘었다고 치자. 그런데 내가 여기에 영어연수하러 온건 아니지 않은가. 미친짓이다 이건. 우리가 3일동안 한 일은 플래시몹 춤 연습과 시간 죽이기식으로 이곳저곳에 끌려다닌게 전부였다. 시간. 이 얼마나 아까운 죽어없어진 내 시간이란 말인가.
다행스럽게도 이날은 병원 땅을 밟아보긴 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로컬봉사자의 설명(이라고 해도 한 병실에 몇명이 쓰고, 여긴 어떤 병동이고 정도가 끝이었다.)을 들으며 소아병동을 살펴보고, 몇명의 유아환자를 데리고 하는 수업에 참관했다. 그래, 기다려보자. 우리는 내일 우리가 공지받은데로 아이들과 놀아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을거야.
넷째날 아침. 또다. 또 이런식이다. 이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체계라는 것은 사전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인 것 같다. 아침을 먹으면서 다들 리더에게 한마디씩을 했다. 우리는 이러려고 워크캠프에 온게 아니다. 우리의 메인 미션은 플래시몹이 아니라 병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 이다. 우리가 플래시몹을 한다고는 했지만 너는 자세한 사항을 이야기 해 주지도 않고 할래 안할래만 물어보지 않았느냐. 왜 우리가 우리의 프로젝트보다 플래시몹에 더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거냐. 하지만 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수요일, 목요일처럼 이날 아침에도.
병원에서 하루에 1시간 30분을 있으며 그중 1시간은 수업참관만 하려고 그 돈, 돈보다 더 귀중한 시간을 들여가며 베트남에 온게 아니다. 화가 났다. 게다가 나와 다른 한국인 참가자, 그리고 미국인참가자는 스페인과 프랑스참가자들이 4명씩 무언가 따라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의 아이들을 배정받은것과는 다르게 아주어린 아이1명과 그 아이보다 조금 큰 아이1명을 배정받았을 뿐이었다. 내가 수요일 목요일,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연속적으로 우리프로젝트에 대해 말을 한것에 대해 리더가 앙심을 품은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 실망스럽고 화가났다.
점심을 먹고 처음 회의를 하며 처음으로 코디네이터를 만날 수 있었다. 상식적으로 봉사자들이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보는게 코디네이터여야하지 않은가... 상식이 애시당초 통하지 않는 나라임이 분명하고 확실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코디네이터는 자꾸 인포싯이랑 다른 내용이 진행되는 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플래쉬몹에 관한 사항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해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전혀 미안해 하지 않았다... 아...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정말 화가나서 진심으로 항의하고 화를 냈다. 그리곤 자세한 일정을 만들어 보여 줄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은 나만 이 프로젝트의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까지 격하게 이야기하진 않았는데 회의 전에 프랑스친구들과 스페인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들도 같은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항의를 할 수 있었다. 리더와 참가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워크캠프이지만 리더가 그 어떤 상세한 이야기도 참가자들에게 해주지 않고, 자신이 책임을 맡은 프로젝트를 회피를 하니 나도 항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제야 무언가 생각이 드는지 오후에는 장애인복지관에 가겠다고 코디네이터가 말을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 난 상태라 장애인 복지관에 가서 어떤 것을 할 건지 자세한 걸 믿을 수 있게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니 직접 가 보잔다. 그 복지관에. 복지관이 있나 없나를 못 믿는게 아니라 가서 또 그저 지켜보기만 할 줄 아는 인형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있어야하는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인데. 어쨌든, 무언가 의미있는 일이라도 하고 싶어 장애인 복지관으로 1시간 정도를 이동해 갔다. 그리고 거기서는 뭘 했을까? 10분정도 장애인들을 마사지 해 주고, 20분정도 놀아주는게 전부였다. 젠장. 프랑스친구들은 이 상황이 이해가 안가는지 센터의 마당 구석으로 나가서 담배를 연신 피워댔다. 아마 그들이 이곳에 와서 할일이 없어 피운 담배는 일인당 서너갑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한국인들과 베트남인들의 자국 음식요리가 끝난 후 10시 30분 쯤 시작된 회의에서 나는 워크캠프를 그만두는 것을 결정했다. 물론 내가 화가나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격해진 건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봉사자들이 도착하고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렇게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던 자신들의 잘못을 그저 국민성의 문제로 돌려버리고, (우린 원래 이래. 이래서 우리가 너네보다 후진국이야. 라고 하는 말을 듣던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는 일 없이 낭비 된 시간까지 무조건적이 이해를 바라는 그들에게 질려버렸다. 4일치 비용 외의 현장납부비를 환불받을 것을 재차 약속하고, 나는 워크캠프를 그만뒀다. 그들은 스케쥴을 우리에게 보여주긴 했지만 그 스케쥴에는 언제는 어디에 간다가 전부였으며, 자세한 내용이 빠진 그들의 말을 나는 더이상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의 상황은 남아있던 한국인 참가자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월요일부터는 정상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고. 다행이었다.
실망만이 가득했던 워크캠프였다. 워크캠프 어때? 라고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면 하노이에서 SJV가 주최하는 워크캠프는 절대 가지마! 라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말릴 것이다. 혹시나 SJV워크캠프를 신청하려는 참가자가 있다면 호치민에서 열리는 워크캠프에 참여하는 것을 권한다. 베트남 여행 도중에 호치민 워크캠프의 중국인 참가자와 만났었는데 호치민에서 진행된 워크캠프는 굉장히 뜻깊고, 알찼다고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