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스마랑 고아원, 마음을 잇는 봉사

작성자 배다슬
인도네시아 IIWC1209 · CUL/KIDS 2012. 07 - 2012. 08 스마랑

Ramadhan Camp 12 - 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우리가 라마단 워크캠프를 체험했던 인도네시아 스마랑의 FAZZA고아원에서의 마지막 날 밤, 이 마을의 소녀들이 참가자과 헤어 질 때 준비한 롤링페이퍼와 여러가지 선물들은 지금 한국에서의 내 책상 위에 나와 함께 있다.
첫째 날 미팅포인트였던 봉사자들의 집에서 만난 일본,프랑스,오스트리아,인도네시아 참가자들. 그리고 나와 우리 언니를 제외한 나머지 한국인 두명! 외국에 나와 외국인들과 직접 영어로 대화하는 것은 처음이었던 나는 유난히 기죽어있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들은 외국여행 경험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고 워크캠프도 몇 번 다녀온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처음 본 사이이지만 친근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고 타인을 대함에 있어서의 친절함이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FAZZA 고아원으로 향했다.
그 곳은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기본 환경이 좋지 않았다. 부끄러웠던 것은 경험이 많았던 참가자들은 그것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 이틀간 나는 잠자리며, 화장실이며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나를 도와준 사람이 왔다. 그 사람은 바로 디디라는 아이를 비롯한 이 마을 소녀들이었다 . 그들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한국, 일본에 대한 본인들이 아는 가수나 언어를 대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이 표정과 몸짓이 너무 예뻐서 나는 그 곳이 금새 좋아졌다.
그리고 3일 째 정도, 우리는 고아원 사람들이 청결함에 대해 더 신경 썼으면 하여 부엌청소를 실시했다. 부엌은 그 곳에서 가장 심각했다. 그 곳을 청소할 때 내 마음은 이상했다. 걸레질을 한번 하는 순간 눈물이 났다. 이미 내가 고아원 아이들과 마을 아이들과 특별한 정이 들었고, 그들을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들이 ‘청결’이란 관념이 부족하여 건강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는 이런 환경에서 계속해서 지낸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그 다음으로 이상했던 건 우리가 청소를 했다고 해서 솔직히 많이 나아진 부엌도 아닌데, 그들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환경을 다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너무 아름답고 예쁘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지내는 곳이라면 전혀 나에게 더럽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3일 째 되던날 비로소 나는 그들과 관련한 모든 것에 적응했다.
중간에 한국인 참가자 두명이 먼저 워크캠프를 중단하고 떠났다. 그래서 나와 언니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의지가 약하고 인내심이 없게 인식 될까봐 더 열심히 참여하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나도 한국인이 줄어들자, 저절로 영어회화에 대한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날 도와줄 사람이 줄어들었고 스스로 다른 이들과 대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캠프의 목적중 하나가 인도네시아의 주 종교인 이슬람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었고 우리는 라마단 체험을 함께 했다. 라마단 체험은 라마단 기간 동안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단식을 하는것이다. 그래서 열흘간 참가자들은 모두 다 함께 새벽 3시에 기상해 아침을 먹고 다시 잤다가 활동 후 저녁 6시나 되어서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진짜 단식 과정에선 물도 마시면 안 된다. 인도네시아 참가자들과 고아원, 마을 아이들은 매년 해오던 것이라 큰 변화가 없었지만 타국의 우리들은 자연스레 살이 빠지고 목마름 참는 것을 가장 힘들어했다. 다 함께 야외 체험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스마랑의 대표 사원들을 돌아보며 역사를 공부했고, 프리데이엔 다 함께 해변에 놀러가고, 주말 워크캠퍼들과는 직접만든 음식을 길에서 팔아 자선기금을 모으고 함께 노래방도 갔다. 첫 만남의 어색함은 어디로 갔는지 시간이 갈수록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들이 진짜 내 일상처럼 느껴졌다. 영어 실력이 가장 부족하고 캠프 리더를 제외해 가장 어린 나를 배려해 참가자들은 쉬운 영어로 나에게 대화를 시도했고, 어려운 대화보다 서로 잘 통하는 개그와 노래를 주고 받아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우리였다. 처음에 대화에 겁을 내는 나에게 계속 말해보라며 귀를 기울여 주던 그들의 친절함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다 함께 매일 저녁은 팀을 나눠서 해먹어야 했다. 아침은 캠프리더였던 네릴이 언제나 다른 인도네시아 반찬들을 골고루 가져와주었다. 다 함께 체험하고 다 함께 즐기다 보니 음식도 먹을수록 적응되어 정말 맛있고 소중했다. 그리고 우리는 고아원안에서 먹었는데, 고아원 아이들은 한창 크는 나이에 음식이 부족할 것임을 알기 때문에 혹여나 입맛에 안 맞다고 하더라도 캠프기간에 나에게 주어진 음식들은 왠지 더 소중하고 남길 수 없었다.
인도네시아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 또한 많았다. 근처 중학교를 방문해 그들과 각국 나라의 문화교류를 하고 대화를 하고 노래를 하고 게임을 했다. 또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꿈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들은 호기심 천국이었다. 그리고 친절했으며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이고 밝았다. 학교를 방문한 날은 피곤했지만 언제나 행복하고 내 시간과 내 존재에 대해 감사하게 되었다. 고아원 아이들과는 만들기도 함께하고 그들 공간에 붙일 안내문을 만들어주고, 매일 저녁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인도네시아어 밖에 할 수 없었고 나는 인도네시아어를 전혀 몰랐지만 짧은 영어와 눈빛, 미소만으로 우리는 서로를 받아들일 수있었다.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도네시아 참가자들이 중간에서 통역을 해주곤 했다.
고아원의 여자아이들과 달리 남자아이들은 특히 거의 열흘의 초반엔 엄청나게 우리를 경계했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인가 경계가 풀려 능글맞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우리에게 인도네시아 전통악기를 알려주고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으며 언제나 장난을 걸었다. 분명하게 느낀 것인데 그들은 누구보다 자주 웃는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 자체에서 내가 느낀 인상이기도 하다. 내가 그 곳에서 내내 행복하고 천국같다고 느낀 이유는 아마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행복한 티 없는 계속되는 웃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라마단 기간중에 어린이이들은 새벽 3시전에 일어나 사후르를 한다. 사후르는 아이들이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동네를 돌며 사람들을 깨우는 일이다. 참 신기한 것이 첫날에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너무 이른 새벽 2시 반에 울려퍼지니 시끄럽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랬던 내 자신이 매우 부끄러웠다. 곧 그 소리조차 나는 잠결에 기분 좋게 듣게 되었고 함께 사후르에 참여 했을 때는 또 한번 그들의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새벽에 중고등학교 나이의 학생들은 누구보다 또 즐기며 사후르를 행한다. 그리고 고아원 아이들은 마을사람들에게 사후르를 하는 대신 식량을 받는다고 한다. 나는 캠프기간의 참여를 통해 바보처럼 와 이런 공간, 이런 소리, 경험 정말 재밌고 특별하다고만 생각했지만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생계 수단의 하나이기도 했다. 주말 워크캠프 인도네시아 참가자를 통해 사후르를 한 후 고아원 아이들이 식량을 받는 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첫 날에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이 워크캠프를 통해 나는 나와 너무 다르지만 정말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다른 공부를 하지만, 비슷한 이상과 꿈, 생각을 가지고 같은 워크캠프에 같은 기간에 만난 특별한 나의 사람들이다. 또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고아원과 마을 아이들의 친절과 미소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면서도 나를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게 해준 내가 처음 만난 천사들이다.
캠프가 끝나갈 즈음에 너무도 강하게 그들에 대한 사랑과 곧 다가올 헤어짐에 대한 슬픔이 느껴져 사실 나는 많이 울었었다. 그래서 참가자 친구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일찌감치 울어버린 나는 놀림감이 되었지만 우리는 언제나 웃음을 함께 나누었다.
페이스북이라는 글로벌한 SNS덕에 나는 그들과 간단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지만 스마랑의 그곳에서 느꼈던 그들의 기운과 정이 너무나도 그립고 어려웠지만 누구보다 깊은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이곳 저곳의 참가자들이 그립다.
이 워크캠프는 시작할 때 했던 기대의 몇 배 이상의 것을 내게 주었다. 그 곳에서 그들이 내게 가져다 준 나의 가치를 더 가치롭게 하고 나에게 있어 그들의 의미에 대해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난 언제나 이 경험을 잊지 않고 간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