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대만 바다, 트럭, 그리고 나의 변신

작성자 이경은
대만 VYA/12-04 · ART/CULT 2012. 08 대만 윈린현 타이시

Special workcamp of PR-Taishi for sal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저희 팀의 주 일터는 해안가에 있는 카페였습니다. 제 생에 그렇게 자주 바다를 본적은 없을 거에요. 쉬는 시간이면 앉아서 일몰을 보고, 옥상에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고, 조개와 굴은 저희의 주식이기도 했죠.
매일 밤 트럭 뒷자리에 우르르 타서 온갖 쇼?를 하며 숙소로 돌아온 기억, 늘 트럭 뒤에 타서 일터를 오고 갈 때마다 피곤에 묻혀 있기도 하고 신나서 춤추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한테 손 흔들면서 인사하며 웃기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 곳의 저의 첫 인상은 얌전해 보이고 처음 몇 일동안도 크게 튀는 행동은 하지 않던 아이였다고 합니다. 근데 갈수록 독특한 행동을 하고 카메라만 들이대면 연기를 하고 각 나라의 몇 가지 단어들과 욕을 섭렵하면서 각 나라 말로 인사하고 숫자 세고 욕까지 하는 제 비디오 시리즈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워크캠프 후반에 갈수록 제가 뭘 좀 할려하면 친구들이 카메라부터 켜기도 했어요.
진짜 캠프 처음 하루 이틀만 조용하고 일찍 잠들고 했지, 그 이후부터는 점점 친해지면서 쉬는 시간이면 사람들과 모여서 떠들고 놀기 바빴습니다. 그 탓인지 프리데이(free day)에 휴식은 커녕 다 같이 여행을 가고, 조개 잡는 날에는 옷 다 버려가면서 진흙 물에서 물싸움 하곤 했습니다. 저녁에는 이틀에 한번 꼴로 튀김 음식이나 각종 야식과 함께 맥주를 먹어서 일하면 살이 빠질 거라는 저의 바람이 무너지기도 했죠. 러시아 친구가 보드카를 가져와서 보드카를 놓고 술 게임도 하곤 했는데, 역시 술 게임의 다양성은 한국이 최고더군요. 영어로 중국어로 아주 2개 언어 섞어가며 술 게임을 설명해주었는데요, 벌칙으로는 주로 진실게임 식으로 재밌거나 곤란한 질문을 하는 식으로 해서 더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바다 앞에서 전망을 보며 커피와 식사를 즐길 여행객들을 위해서 카페 외, 내부 대청소 및 기념품으로 쓰일 조개를 순서와 모양 별로 정리, 페인트 칠 및 카페 꾸미기 등 많은 활동도 했습니다. 카페 경관을 꾸미기 위해 굴을 씻고 줄에 연결해야 되는 과정에서 손에 상처도 나고 카페 정원을 치우다가 개미집을 건드려서 개미 대참사?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다 추억이네요.
물론 13명정도가 생활하는 숙소에 샤워실이 하나 밖에 없어서 전원이 샤워를 다 끝나길 기다려야 할 경우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과 욕실에서 바퀴벌레가 등장한다는 점과 수돗물이 냉수 밖에 나오지 않는 다는 점과 나무 마룻바닥에서 침낭만 가지고 자야 했다는 점 등등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은 하고 갔었기에 오히려 생각보다는 괜찮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이라고 낙관하자 같이 참가한 한국인 언니가 놀라긴 하드라구요.
헤어질 때는 진짜 울컥해서 눈물이 살짝 맺히기도 했습니다. 먼저 공항으로 떠나기 위해 택시를 탈 때 하나하나 안아주며 마지막 엽서 편지를 주고 받을 때는 정말 마지막인가 싶어서 택시를 잡아두고도 한참을 타질 못했습니다. 아직도 저희는 계속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서 지내는 사이 입니다. 가끔씩 그 때의 사진을 페이스북으로 올리며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죠. 그래서 저의 워크캠프라는 경험은 이 많은 친구들 덕분에 즐겁고 그리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중에 세월이 지나 직업을 가질 때 쯤인 30살에 다시 대만 타이시에 모여서 일몰을 보러 가자고 했는데, 언젠가 꼭 다시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정말 제 2012년의 여름을 뜨겁게 장식해준 워크캠프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