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기차 놓치고, 길 헤매고, 그래도 좋았다

작성자 홍인혜
독일 OH-W02 · RENO/ENVI 2012. 05 - 2012. 06 Lohra Castle

Lohra Castl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생애 첫 해외봉사활동을 하기 전 두근거리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한 번도 해외에서 봉사활동이란 것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기대가 되기도 했고, 한 편으론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지금, 모든 봉사활동이 끝나고 그 이후의 여행도 끝난 후 되돌아보니, 이번 워크캠프는 그 때 제가 했던 기대와 걱정처럼 즐겁기도 했고 한 편으론 좋지 않을 일도 있었던, 다사다난했던 2주였습니다.
우선 캠프리더를 만나기로 했던 독일의 Gebra역까지 가는 것부터가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고난을 예고했던 걸까요.(^^) Dresden역에서 Gebra역까지 총 2번을 갈아타서 가야 했었는데, 처음 갈아탈 때 기차역 플랫폼에 쓰여진 기차번호가 다르게 적혀있어서 그만 기차를 놓쳐버린 겁니다. 그래서 2시간을 알 수 없는 기차역에서 기다리다가 두 번째 기차로 겨우 갈아탔지만 그 두 번째 열차는 지연되어 또 다시 갈아타야 할 기차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예정됐던 도착시간보다 5시간이나 지나서야 캠프리더인 Stefan과 Alexandra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겨우 봉사활동 장소에 도착한 후엔 늦은 저녁을 먹고 이미 도착해있던 Sigo, Manon, Lucie, Wei와 인사를 하고 자기소개를 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제가 묵었던 숙소는 시골에 있는 것 치고,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치고 꽤 훌륭했습니다. 침대도 있었고, 샤워실도 그 방 안에 위치해 있어서 씻는 것도 불편함 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같이 한 방에 묵다 보니 매일 밤 잠에 들기 전에 서로 이야기도 나누면서 더욱 더 사이가 돈독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빨래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서 매일 손빨래를 해야 했던 점은 조금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지역주민과의 교류는 없었지만, 우리 참가자들끼리는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돌아가면서 청소와 식사 당번을 했는데, 자신이 식사 담당일 때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선보여주고 설명도 해주었습니다. 저는 불고기, 파전, 계란말이, 그리고 볶음밥을 만들어주었는데, 사실 요리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음식을 만들 때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막상 만들고 나서 친구들이 맛있어 하고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보람차고 행복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멕시코의 또띠야, 프랑스의 크로크무슈와 크레페, 그리고 태국의 만두와 단팥수프 등 각 나라의 친구들이 만들어준 그 나라의 대표 음식들을 맛보는 것 또한 너무나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누텔라와 바나나를 넣은 크레페(crepe)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각 나라의 음식을 교류한 것 외에도, 우리는 일이 끝나고 저녁 식사를 한 후 매일 밤마다 각 나라의 게임을 하거나, 서로의 얼굴 그려주기 놀이를 하고, ‘평화’나 ‘사랑’과 같은 단어를 각자 나라의 언어로 써서 촛불과 함께 장식하여 사진도 찍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사실 그 곳에서 봉사를 했던 일보단 밤마다 모여서 함께 놀았던 것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매일 밤 이야기도 나누고 게임도 하고 음식도 나누면서 각자 나라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우리가 서로 가지고 있던 편견도 고칠 수 있었고, 또한 서로 국적이 나이도 다르고 생활하는 것도 다르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서서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에겐 그 점이 이번 워크캠프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되었습니다. 봉사활동이 끝난 후 이 곳에서 친해진 프랑스 친구가 파리에 살고 있는 자신의 친구를 저에게 소개시켜줘서 그 친구와 함께 파리 관광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이 국제워크캠프의 묘미일까요.(^^) 그리고 제가 일했던 곳이 시골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기 위해 찾아와서 머물다 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함께 캠프파이어도 즐기고, 빵도 만들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지역주민은 아니지만 또 다른 다양한 이들과의 교류 또한 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워크캠프에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솔직히 만족스러운 봉사활동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하게 될 일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내가 하는 일의 가치나 의의를 안 후에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인포싯에 제가 Lohra Castle을 보호하기 위해 잡초를 제거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써 있긴 했지만, 저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캠프 리더는 일을 하는 시간표만 알려주었을 뿐 그런 것에 대한 설명은 해 주지 않았습니다. 2주 동안의 전반적인 계획을 이야기해주지 않았기에 제가 하는 일은 매일마다 바뀌었습니다. 지붕을 고치기로 했던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잡초를 제거하는 일을 했고, 저 또한 잡초를 제거하기로 되어있었으나 때때로 지붕을 수리하기도 했습니다. 지붕 수리 담당으로 이 곳에 왔던 친구가 ‘잡초를 자르는 일은 우리 집 마당에서도 할 수 있어. 난 이 일을 하러 이 곳에 온 게 아니야.’ 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 봉사자 수가 부족해서 이렇게 일을 섞어서 하게 된 것 같은데,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를 하거나, 아니면 설명이라도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관광객들이 그 곳에 찾아오면서 부엌으로 쓸 공간이 부족해졌었는지, 중간에 갑자기 저희가 쓰던 부엌에서 다른 부엌으로 옮겨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다른 부엌을 사용하기 위해선 우리가 청소를 해야 했는데, 그 곳은 한 5-6년은 사용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먼지가 가득했고 온갖 잡동사니가 버려져 있었으며, 게다가 죽은 쥐와 수많은 거미들 또한 부엌 곳곳에 있었습니다. 경악을 금치 못할 부엌의 상황을 본 후 저는 이 부엌에선 절대로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하여 현지 캠프 리더에게 불만을 이야기했지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을 주었습니다. 저는 그 대답에 더욱 화가 나서 이대로는 이 곳에서 더 이상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캠프 리더에게 내가 이렇게 이 곳에서 생활해야 한다면 여기서 당장 떠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제서야 심각성을 느꼈는지 그들은 그 열악한 부엌이 아니라 원래 쓰기로 예정되어있던 부엌을 쓰게 해 주었습니다. 그 더러운 부엌은 쓰지 않게 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그 캠프의 상황에 만족하지는 못 했습니다. 일을 하는 것도 여전히 무계획적이었으며 그다지 가치 있는 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저의 화가 난 상황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으면 그들은 저희에게 그 더러운 부엌을 계속해서 사용하게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봉사자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들을 이 캠프를 전반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다른 리더에게 말하기 위해 기다렸지만, 그는 저희와 대화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 점 또한 이 캠프의 실망스러웠던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단점들을 뺀다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했던 이번 워크캠프는 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주말에 같이 라이프취히로 놀러 가서 불타는 토요일을 보낸 것도 기억에 남구요.^^ 해외워크캠프를 다녀 온 친구들이 왜 그렇게 강력추천을 하는 지 이해되었습니다. 저 또한 해외워크캠프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에게 한 번 꼭 다녀오라고 권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Lohra Castle로 가라는 추천은 사실 못 해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