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대만 워크캠프, 설렘과 두려움 사이

작성자 정겨운
대만 VYA/12-10 · CULT/FEST 2012. 08 Tiwan

Come to Pingxi, Pray for Good Fortun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2년 8월 11일부터 26일까지 대만 워크캠프에 참여했다. 처음 학교발전기금으로 해외봉사활동을 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가슴이 매우 벅찼다. 나에게 이런 기회가 찾아 왔다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 그러나 막상 발전기금을 가지고 언제, 어디서, 어떤 봉사활동을 할지 계획을 세우려니 눈앞이 깜깜했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찾아보고 고민한 끝에 우리가 결정한 워크캠프! 모두들 기대하는 마음으로 서투르지만 열심히 준비했고 드디어 8월 11일, 대만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첫날은 우리끼리 대만의 명동이라 불리는 시먼띵에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사먹으며 즐겁게 보냈다.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수많은 상점들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노래들 중 약 70퍼센트는 K-POP이었다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한류를 직접 느껴보니 낯선 땅, 낯선 사람들 속에서도 자부심이 느껴져 전혀 두렵지 않았다.
대만에서의 둘째 날, 본격적인 워크캠프가 시작된 날인 이 날은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무거운 짐을 이끌고 비를 흠뻑 맞으며 우리가 2주 동안 생활 할 핑시로 향했다.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워크캠프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헤매지 않고 무사히 미팅 포인트에 갈 수 있었다. 미팅 포인트인 핑시역에는 이미 일본인 참가자인 마리나, 신, 마사가 도착해 있었고, 곧이어 대만 참가자들이 나와 우리를 베이스캠프로 안내했다. 생전 처음 보는 얼굴에 말도 잘 안통해서 어색했지만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워크캠프에 대한 기대감에 서툰 영어였지만 쉬지 않고 조잘조잘 수다도 떨었고 핑시 주민 분들께서 마련해 주신 Welcome Party 또한 함께 즐겼다. Welcome Party는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매우 커서 놀랐다. 핑시 전체가 우리 자원봉사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이 느껴져서 더울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책임감을 느꼈다.
셋째 날부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번 워크캠프에 가장 큰 프로젝트는 핑시에 벽화를 그리는 것이었기에 먼저 이곳이 어떤 특징을 가진 곳인지 알아야 했다. 현지에서 오래 생활하신 할아버지의 가이드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핑시는 천등으로 가장 유명한데 이 천등이라는 것에 소원을 적어서 하늘로 날려 보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씀해주셨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풍등이 있다고 한다. 핑시는 겨울에 천등축제를 여는데 이때 하늘은 천등 불빛으로 꽉 차 아주 아름답다고 했다. 우리가 지내는 동안에도 축제기간은 아니었지만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천등을 날리며 소원을 비는 것을 매우 많이 보았다. 천등 외에도 아름다운 자연풍경, 알록달록한 기차, 친근한 주민들 등 각자 핑시를 돌아보며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구역을 나누어 벽화의 도안을 만들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 10분만 서있어도 어질어질했지만 모두 함께 담벼락에 쪼르르 달라붙어 열정적으로 봉사활동에 임했다. 우리를 지켜보던 주민들께서 의자도 내어주고, 아이스크림도 공짜로 주시고 하면서 응원해주셔서 더욱 힘이 났다. 벽화그리기를 하는 중간 중간 여러 가지 다른 활동도 함께 했다. 먼저 Aging Experience라는 프로그램은 특수 제작된 도구들을 이용하여 노인의 몸상태과 흡사하게 한 다음 옷 갈아입기, 젓가락으로 콩알 옮기기, 신문읽기, 계단오르내리기 등을 하며 노인들을 이해하는 활동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볼 땐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체험해보니 허리도 아프고 눈도 잘 안보이고 귀도 잘 들리지 않으니 정말 답답했다. 아주 잠시였지만 노인분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다른 활동으로 Clerk Experience를 했다. 동네에 있는 상점에서 실제로 일 해보는 것이었다. 내가 가게 된 곳은 팥빙수 가게였다. 너무도 다정하신 주인 할머니 덕분에 일한 시간보다 팥빙수를 공짜로 얻어먹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주민들과 더욱 가까워 질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반나절밖에 하지 않았지만 이후로 가게 앞을 지날 때 마다 반갑게 인사해 주시고 불러서 맛있는 것도 주시곤 했다. 그 따뜻한 정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여러 가지 활동과 벽화그리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 주말이 되었다. 대만 친구한 명이 모두를 위해 관광 코스를 짜 주어서 다함께 여행을 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이 된 단수이, 야시장 중 최대 규모의 쓰린 야시장, 대나무 모양을 본따 만든 타이베이 101빌딩,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이 된 지우펀 까지 1박 2일에 걸쳐 대만 여행의 핵심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곳들을 너무도 친절하고 편한 현지 친구의 가이드로 즐길 수 있었다. 이곳저곳을 관광하면서 대만은 정말 깨끗하고 질서 있는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사람이 많고 북적거려도 바닥에 쓰레기하나 떨어져 있지 않고 지하철을 탈 때도 꼭 한 줄로 서서 기다린다. 누구한사람 이를 어기거나 심지어는 불편해 하는 기색조차도 없다. 우리나라도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시민의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자세를 조금 더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주말간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다시 벽화그리기에 돌입했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했다. 서로 도와가며 열심히 한 덕분에 태풍이 오기 전에 무사히 벽화그리기를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드디어 우리가 그린 벽화를 주민들에게 정식으로 소개할 때 힘차게 박수를 쳐 주시는 많은 분들을 위해 감사의 의미가 담긴 노래를 함께 불렀다. 그리고 이어진 Farewell Party. 주민 분들께서 잔뜩 준비해 주신 음식도,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도 모두 Welcome Party 때와 같았지만 우린 이제 더 이상 어색해 하던 이방인이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자, 손녀딸들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감사 선물도 받고 주민 분들께서 노래도 불러주셨다. 그렇게 정들었던 주민 분들과 이별을 했다.
사실 지금 이 순간 가장 생각나는 것은 함께 동거 동락했던 대만, 일본, 폴란드 친구들이다.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많이 정들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들을 보며 느낀 것은 국적이 달라 우리가 다르구나 하는 것 보다는 그냥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국적에 상관없이 개성을 가진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는 워크캠프를 통해 그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아침, 이른 새벽이었지만 모두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우리를 배웅해주었다. 짧은 만남 끝에 긴 이별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어린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언젠가 꼭 우리가 그린 핑시의 벽화 앞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지금도 눈앞에 핑시의 모습이 생생하다. 내가 준 것 보다 받은 것이 더 많은 시간들이라 조금 아쉽기도 하다. 대만 핑시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나 자신을 보았고 나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 또한 생겼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대만 워크캠프에서의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런 기회를 내가 갖게 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