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마부르크, 설렘으로 시작된 나의 첫 해외여행

작성자 이민지
독일 PRO-11-12 · ENVI/ LANG 2012. 02 - 2012. 03 Marburg an der Lahn, Hessen, Germany

MR-Marbach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나의 첫 해외여행이자 그 보다 더 값진 경험의 첫 걸음. 교재에서만 보아오던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중앙역에 다다랐을 때 그 기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13시간의 비행에 환승까지 한 탓에 눈이 뻑뻑할 정도로 몸이 너무나 피곤했지만 새로 산 빨간 캐리어를 끌며 홀로 여기저기 떠돌다가 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눈은 빨갛게 충혈되고 얼굴에 기름이 번지고 생소한 독일의 공기에 약간 두려운 듯 보였으나 분명히 가슴이 뛰고 있었다.
한국에서 잊지 않고 출력해온 워크캠프 인포싯을 몇 번이고 확인하면서 마부르크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사실 실수를 염려하여 지나가던 독일인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늦은 밤이었는데도 성실하고 정직하게 도와주고는 유쾌한 인사와 함께 떠났다. 좌우지간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의 즐비한 키오스크 매대에 진열된 커다랗고 아주 맛나보이는 샌드위치들과 현금자동인출기, 기차표 매표기, 상점, 화장실 등 온갖 것들을 구경하다가 마부르크행 기차를 탔다. 정확히 1시간 30분 뒤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황금 같은 2주를 보낸 예쁘고 작은 나의 마을, 마부르크에 도착했다.
내가 묵은 숙소의 이름은 독일어로 “Naturfreunde”, 즉 “Naturefriends”다. 이름에 걸맞게 마부르크 외곽의 어느 숲에 위치해 있어서 늦은 밤까지 시내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귀가할 때면 그 새까만 오솔길이 가끔은 오싹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유령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서로 장난을 치고는 했다. 여기서 프랑스에서 온 16살 발랄한 소녀 Marienne, 핀란드에서 온 언제나 유쾌하고 열정이 넘치는 Jenna, 전형적인 친절한 일본 친구 Kyoko, 요리도 잘하고 사진촬영에 특출한 소질이 있던 크로아티아의 Lea, 고향에서 모델일을 하던 우크라이나의 예쁘고 착한 Lena와 나의 룸메이트였던 Mariia, 첫인상이 차갑고 무서웠지만 온정이 넘치는 친구들이었던 러시아의 Max, Maria, Vlada, Oxana, 또 첫인상도 따뜻하고 실제로도 너무나 따뜻한 친구였던 Katya, 그룹의 리더였던 독일의 Anna와 Julia, 마지막으로 나와 함께 넘치는 한국인의 열정을 보여준 가희와 현정언니를 만났다.
우리는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팀으로 돌아가면서 준비했는데 어찌나 재미있고 또 맛있던지! 아침 일찍 일어나 스케줄대로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배가 그렇게 고플 수가 없었다. 문제는 나뿐만이 아니라 16명 모두가 그랬다는 것. 제일 간단하다는 아침식사가 구운 빵을 한 가득 담은 소쿠리 세 개, 치즈와 야채를 넣은 커다란 계란 오믈렛, 산처럼 쌓인 감자 요리, 상큼한 샐러드와 온갖 치즈와 햄과 마멀레이드, 커피, 온갖 차, 우유, 무슬리, 오트밀이었다. 우리는 항상 깨끗이 접시를 비웠고, 나를 비롯해 요리 실력이 출중한 친구들이 몇몇 있어서 가끔은 근사한 파스타와 각종 파이를 만들어 먹었고, 한 번은 5가지 종류의 거대한 피자 6판을 만들어 만찬을 즐겼었다.
마부르크는 한번쯤 마음을 먹고 돌아다니면 하루만에 전체를 여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았지만 돌바닥과 알록달록한 건물, 그리고 마을의 여신처럼 우뚝 서 있는 엘리자베스 교회가 명품이었던 아주 예쁜 마을이었다. 나와 친구들은 틈만 나면 그룹티켓을 끊어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 마부르크 최고의 까페였던 Café vetter에서 천상의 맛을 자랑하던 케익을 먹고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구경하러 다녔다. 웃고 떠들며 농담을 주고 받고 가끔은 진지한 대화도 하며 우리는 정이 들었다.
내가 독일의 워크캠프 중에서도 마부르크 워크캠프를 선택한 것을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이 프로그램의 매력에 있다. 내가 참여한 이 프로그램의 중점은 ‘봉사’보다는 ‘국제교류’에 더 쏠려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2주간 카셀, 쾰른, 하이델베르크, 프랑크푸르트를 견학하면서 정말 활발히 독일과의 교류 뿐 아니라 서로간의 교류에도 집중할 수 있었다.
견학이 있는 날이면 7시에 귀신같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도시락을 싼 후, 나갈 채비를 마쳐 9시면 차가운 아침공기를 마시며 기차를 타러 갔다. 첫 여행지는 카셀이었는데 그곳에서 우린 큰 규모를 자랑하는 카셀예술박물관을 견학하고 (눈 앞에서 램브란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아주 가파른 카셀 성지를 등산하고 작은 화원을 구경했다. 여기서 처음 독일의 Strassebahn(도로위의 기차)을 탔는데 아주 흥미로웠다. 두 번째 여행지는 쾰른이었는데 난 죽을 때까지 이 경험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쾰른 중앙역에서 나오자마자 하늘에서 장엄하게 우릴 집어 삼킬듯이 내려다 보던 엄청난 규모의 Koelnerdom (쾰른 대성당) ! 생전 본 적도 상상한 적도 없는 규모에 정말 숨이 막혔다.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웠다. 독일에서는 두 번째,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거대한 성당이라고 했다. 우리는 각자 흥에 겨워서 쉴 새 없이 사진을 찍고 성당의 규모와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 이 성당의 첨탑의 정상까지 올라가 중부 유럽 최대의 강이라는 라인강과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 후 우리는 유혹적인 향기가 진동하는 쾰른의 초콜릿박물관에 갔다. 공짜로 정말 맛있는 초콜릿을 맛보기도하고 기념품도 사고 무엇보다 초콜릿 공정과정을 직접 견학했다. 다음 여행지는 하이델베르크였다. 하이델베르크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옛 독일의 정취가 느껴지는 (독일 어디를 가더라도 건물이며 거리에서 옛것의 가치를 높이 사는 독일인의 정신이 느껴졌지만), 말 그대로 “동화 속 마을”이었다. 시내를 돌아다니는 내내 그림형제 동화책의 일러스트를 보는 것만 같았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하이델베르크의 성을 견학하고 술 저장소도 가보았는데 거의 집 한 채만한 술통이 있었다. 인솔자인 안드레아스에게 이 술통 안의 술을 다 먹으려면 얼마나 걸리냐고 질문했는데 거의 인간의 전체 수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화 속 마을 하이델베르크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우리는 또 어느 레스토랑에 들어가 즐거운 식사를 하며 여행을 마쳤다. 마지막 여행지는 독일의 중심 상업 도시인 프랑크푸르트! 뢰머광장에서 황금동상 분장을 하고 행위예술 중이었던 어떤 예술가의 재치에 까르르르 웃으며 사진을 찍고 쇼핑센터를 구경하고 유로 은행도 보고 미술관을 견학하고, 결정적으로 괴테가 태어나서 자랐던 생가인 괴테하우스를 방문했다. 괴테는 귀족으로서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들었는데 집을 보니 확실히 납득할 수 있었다. 아기자기하고도 화려하게 꾸며진 수 많은 응접실과 정원을 보고 있자니 여기서 살면 남부러울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괴테의 걸작 중 하나인 “파우스트”가 쓰여진 그의 서재에 들어섰을 때는, 내가 이 곳에 서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했다. 모든 일정을 끝마치고 우리는 마인강 다리를 건너며 하루를 정리했다.
견학지에 관한 이야기 말고도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더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밤 새 10장은 써내려가야만 할 것 같다. 안드레아스가 근사한 퐁듀요리와 와인과 마스카포네 치즈를 정성스레 준비해 마부르크성이 보이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던 일, 세계각국의 음식을 맛보고 광란의 밤을 즐겼던 International Abend,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던, 그리고 너무 너무 즐거웠던 Blinden café 방문, 거의 신생아수준의 운동 신경을 자랑하던 내가 친구들과 체육관에서 농구를 배운 일 (결국 창피만 당했다), Jenna에게서 “Newyorker”라는 의류 브랜드와 독일 액세서리 브랜드 “SiX”에 대해 알게 되어 그 매장에서 과잉소비를 한 일, 봉사활동으로 숙소 근처 나무를 자르고, 산 처럼 쌓인 낙엽을 쓸었던 일, 더러워질 때 마다 다들 열심히 숙소를 깨끗이 청소한 일, 홀로 마부르크 시내를 거닐다가 배가 고파서 먹었던 샌드위치와 빵, 쾰른 중앙역에서 먹었던 커리부어스트, 친구들과 밤새 떠들면서 맛보았던 사이다와 맥주가 섞인듯한 맛의 독일 맥주, 그리고 대용량 한 통을 사오면 그 날 다 비워져 버렸던 우리의 초코크림 “Nutella”…
눈꼽 만큼도 기대하지 못했던 너무나 소중하고 환상적인 추억을 선사해 준 나의 마부르크. 출신은 다르지만 함께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며 마음을 나눴던 고마운 친구들, 나의 22년 인생에 막강한 충격과 일깨움을 안겨준, 국경을 넘는 소통을 경험할 수 있었던 나의 워크캠프. 이 것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나에게 각인시켜준다. 내 인생 여행은 워크캠프와 함께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