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태국 산골 마을, 13시간의 특별한 경험

작성자 장원종
태국 TH 3-12 · CONS/ EDU 2012. 02 태국 Chiang Rai

AKH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저는 이번 봉사활동이 두번째입니다. 첫번째는 작년 베트남에서 했었지요. 그때는 도시 한가운데(수도 호치민)이어서 비교적 쾌적한 환경에서 지냈는데 비해 이번 봉사활동은 방콕에서 북쪽으로 13시간이나 달리고 또 1시간을 더 들어간 깊은 산구석의 마을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설은 많이 열악했습니다. 그래도 군대보단 쾌적하고 좋았어요. ㅎㅎ;;

첫 만남의 기억은 굉장히 좋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미팅 시간은 오전 10시였는데 제 버스는 무려 4시간 전인 6시에 도착했거든요! 일년내내 더운것으로 유명한 태국이었지만 오전만큼은 으스스했습니다. 다행히도 8시에 한국인 참가자인 가영누나와 정협형님을 만났습니다. 그때 먼저 말 걸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이후 프랑스인 두명과 미국인 한명이 합류했고, 가이드와 캠프리더가 픽업하러 왔는데, 가이드가 영국인이라는 사실은 의외였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아카 마을에서 머물고 계신다고 해요. 네덜란드인 5명과 벨기에 2명은 2주차에 합류했습니다.

산구석 오지마을이기 때문에 편의시설이나 문화활동이 미미합니다. 봉사활동도 제한적이었지요. 거의 대부분이 시멘트 섞고 기둥 세우고 벽돌 쌓는 등의 일이었습니다. 학교는 두 번 가봤는데 그마저도 벽을 보수하는 일이었고 학생들과 영어수업을 진행한 것은 첫째주 금요일 단 하루였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터라 이 부분이 많이 아쉽긴 했어요. 그래도 나름 봉사경험도 있고 군대도 갔다온 터라 체력도 자신있는 저였지만 계속되는 중노동과 특히 12시부터 강하게 내려쬐는 햇빛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노동까지는 괜찮은데 햇빛이 정말 끔찍해요. 하지만 작업이 진행되면서 하나 둘씩 지어지는 건물을 보니 내심 뿌듯했습니다. 다음에도 계속 봉사자들이 와서 계속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몇 년 후에 완성될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단 한번뿐이었던 학교에서의 수업은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우리는 태국어를 모르고, 아이들은 영어를 모르거든요. 네 번이나 참가했다는 캘리는 익숙한 듯 여유롭게 진행했지만 저는 굉장히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구요? 알파벳 좀 읽는 척하다가 결국 놀았습니다. 수업은 뒷전이었어요. 친해진 것은 좋은데 이후로 아이들이 매일 저희 숙소를 제 집 놀이터인 양 드나들면서 놀고 과자 얻어먹고 했습니다. 장난을 치는 악동들이었지만, 순수하고 귀여운 애들이었지요.

참가자들은 모두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팀 리더인 토는 쾌활하고 재미있는 아카 청년이었습니다. 종종 한국말을 사용하곤 했는데, 어디서 배웠는지 신기했어요. 여자친구도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프랑스 청년인 알렉스는 남자 중에서는 막내였는데, 항상 앞장서서 열심히 일하고 노는 것도 열심히 노는 친구였습니다. 주변사람들을 어찌나 챙겨주는지, 같이 온 22살 줄리앙은 동생인 줄 알았습니다. 금발이 매력적인 줄리앙은 활달한 성격일 것 같지만 우리와 같이 언어의 장벽에 막혀 처음에는 가장 말이 없는 친구였습니다. 영어 정말 못해요. 하지만 그런 고통(?)을 공유하면서 또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온 캘리는 벌써 네번째 봉사활동이라고 해요.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는 그는 틈만 나면 아이들을 찍고 다녔는데, 중간에 제가 찍히면 곧장 비키라고 화를 내곤(?) 했습니다. 한국인 참가자인 가영 누나와 정협 형은 너무 친해 보여서 커플이거나 적어도 소꿉 친구인가 했지요. 그런데 두 분도 워크캠프에 참가하면서 알게 된 사이라고 합니다. 두 분 없을 때 우리끼리 ‘저 두 사람 커플 아니야?’라고 수군대기도 했는데, 가영 누나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합니다. 모두들 안타까워(?) 했지요. 가이드인 영국인 존은 개인사정으로 아카 마을에 살게 되었는데, 영국으로 갈 비행기 값이 없다거나, 여생을 평화로운 마을에서 지내고 싶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태국어를 못하는 것만 빼면 현지인이나 다름없었어요. 네덜란드와 벨기에 소녀들은 2주차 때 만나서 친해질 시간이 부족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벨기에 소녀인 마리엘은 한국에 놀러온다 해서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아들처럼 예뻐해주신 우리 아카 엄마와 너무 예쁜 슈퍼 누나, 영어공부 열심히 하던 아토, 내 입술를 빼앗은 알럽판과 씨수다, 골목대장 돼지몬스터(애칭), 맨날 울기만 하는 관심소년 등 모두 그리운 친구들입니다.

글을 맺으면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드리자면 우선 첫째로 고생하러 가는 길이니까 신청하고 나서 꾸준히 운동하셔서 체력 키우시구요, 영어를 잘해야 친구들과 좀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요. 또 카메라 좋은 거 챙기시구요. 여행 후 남는 건 추억과 사진이라잖아요. ^^ 전 고물카메라 하나 들고가서 많이 찍지도 못하고 후회 많이 했습니다. 카메라 좀 살 걸…